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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년생 김지영·히어로존…서울시 홍보물 성차별 논란
남성·여성 고정된 성역할 부각
市 “젠더 감수성 부족” 철거예정


“왜 도움을 주는 히어로는 남성인가요? 여성도 히어로일 수 있고 반대로 남성도 도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15일 성차별 논란에 휩싸인 서울 중구 지하철 1ㆍ2호선 시청역 ‘히어로존’을 찾았다. 히어로존은 도움이 필요할 때 주변의 다른 시민들에게 이를 청할 수 있는 공간으로 시청역 8번, 11번, 12번 출구에 설치돼 있다. 히어로존이 논란에 휩싸인 가장 큰 이유는 도움을 청하는 ‘이용자’와 이를 도와주는 ‘히어로’를 여성과 남성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자가 서 있으면 된다는 히어로존에는 파란색의 근육남이 그려져 있다.

이를 본 시민들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나타내고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직장인 김현지(34) 씨는 “여성은 도움을 청하고 남성은 이를 해결해주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다. 시민들끼리 서로 돕고 살자는 취지라면 굳이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남성들도 불쾌함을 드러냈다. 대학생 최모(25) 씨는 “시민들에게 여성은 약하고 남성은 강하니 도와야 한다는 식의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결국 약자를 도와달라는 서울시의 좋은 취지와는 달리 ‘여성은 도와줘야 할 대상, 이를 돕는 남성은 영웅’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접근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비판을 받게 됐다.

서울시 홍보물의 성차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4월에도 서울시에서 제작한 정책홍보물을 두고 고정된 성역할을 부각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는 ‘82년생 김지영씨’가 담긴 포스터에는 신혼부부 주택 공급,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 찾아가는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안내했다. 반면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93년생 이진욱씨’의 포스터에는 청년수당, 청년 임차업보증금 지원, 청년일자리센터를 소개했다. 이를 두고 여성은 출산ㆍ육아, 남성은 취업ㆍ일자리로 나눠 정책을 접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해 12월에도 서울시가 뉴욕 타임스퀘어에 내보내려고 만든 관광 홍보 포스터에서 한복 입은 여성을 앞세워 여성을 성상품화 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서울시는 이번에 논란이 됐던 히어로존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히어로존은 서울시가 2015년부터 추진 중인 디자인거버넌스 사업을 통해 시민이 낸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것이다. 시민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젠더 감수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시범 운영이 끝나는 이달 말 지하철 히어로존을 철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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