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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타는 얼음같은…마타하리가 온다
죽음으로 영생을 얻는다는 말은 ‘마타하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불행한 결혼, 자유를 찾아 떠난 파리, 사교계 데뷔, 마침내 만난 연인의 배신과 처형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은 이후 수많은 연출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불멸의 레파토리로 무대 위에서 살아 숨쉰다. 국립발레단이 이 ‘마타하리’를 무대에 올린다. 세계적 안무가로 꼽히는 레나토 자넬라가 국립발레단만을 위해 제작한 새로운 버전이다. [제공=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 자넬라 버전 무대화
예술의전당 10월31~11월4일

죽음으로 영생을 얻은 마타하리
100년을 뛰어넘은 영원한 디바

남성중심사회서 자유와 성공 위해
미치게 노력한 여성으로 조명…


“춤추는 사람이었고, 투지에 불타는 강인한 여성이었으며, 파리 사교계의 꽃이었다. 게다가 전쟁, 불공평한 재판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가는데도, 그는 끝까지 진정한 사랑을 믿었다”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

죽음으로 영생을 얻는다는 말은 ‘마타하리’를 위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이중 첩자로 물려 처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것이 1917년 10월 15일. 100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그는 무대위의 디바로 영원히 살아있다. 수많은 연출자들은 연극으로, 뮤지컬로, 발레로 그의 삶을 소환한다.

국립발레단이 새로운 ‘마타하리’를 선보인다. 세계 오페라와 발레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가 다시 제작한 버전으로, 국립발레단이 라이선스를 갖게 됐다. 앞서 이 작품은 1993년 독일 슈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초연한 바 있다. 총 2막으로 구성된 작품은 네델란드 출신 여성 스파이로 알려진 마타하리가 자유와 사랑을 찾아 무용수로 살고자 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마타하리’는 이미 1993년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과 독일 슈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초연한 바 있으나, 이번 작품은 자넬라가 한국 방문 후 국립발레단 단원들을 만나고 새롭게 제작했다.

자넬라 안무가는 “이번 버전은 강수진 단장이 마타하리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만들게 됐다”며 “마타하리는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실존 인물이다. 로맨스나 동화 같은 환상적 분위기보다는 그가 살았던 삶에 집중한다. 제1차 세계대전은 이전 세상을 종식시키고 자유라는 새로운 개념을 당시 사회에 가져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마타하리와 평생을 함께한 유모로가 쓴 일기장과 함께 친구와 주고 받은 편지, 스크랩한 자료가 공개된 것도 새로운 버전의 원동력이 됐다. 자넬라는 “마타하리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나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간 불운한 여성으로 보기보다 자신의 자유와 성공을 위해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미치게 노력한 사람으로 본다. 특히 댄서가 되고 싶어했던 부분에서 그렇다”고 마타하리의 캐릭터를 분석했다. 그는 “마타하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연에 임했고, 자신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춤을 췄다”며 “요즘엔 누구나 이렇게 춤을 추지만, 당시에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내 작품에선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객들의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장면은 단연 ‘베일의 춤’이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파리로 건너온 마타하리가 자신의 불행의 시작이었던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본 동양춤을 신비로운 ‘베일의 춤’으로 파리에서 선보였던 춤으로, 그에게 일약 최고의 댄서라는 영예와 부를 주었다. 더불어 인물사이 심리적 긴장감과 관계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마타하리의 남편이었던 매클라우드와 그녀가 온 마음을 바쳐 사랑한 러시아 장교 마슬로프와의 관계는 복잡 미묘하다. 또한 발레 뤼스에 합류해 니진스키와 춤추고 싶다는 마타하리의 야심찬 욕망도 중요한 포인트다.

발레 공연이지만 오케스트라도 눈길을 끈다. 자넬라 안무가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을 특별히 골랐다고 한다. 그는 “20세기 당시의 특성을 반영시켰기 때문”이라며 “나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적 구조에 따라 이야기를 썼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어지며, 마타하리 역에는 김지영, 박슬기, 신승원이 나선다. 매클라우드 역에는 이영철, 송정빈, 김희연이, 마슬로프로는 이재우, 김기완, 박종석이 출연한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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