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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자동차신화가 흔들린다] 수출 버팀목…車산업이 무너진다
[그래픽디자인=박지영/geeyoung@heraldcorp.com]

올 생산량 9년래 400만대 이하
글로벌 생산국 7위 추락 위기

인건비·후진 노사관계 주요인
미국발 관세폭탄땐 더 큰 타격

“국내 자동차 생산과 수출이 엄청난 감소세다. 10년 이상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요즘 들어 자동차밥 먹는다는 게 부끄럽고 자부심이 사라졌다. IMF나 리먼사태(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날 때도 자부심은 있었는데 요새는 정말로 앞이 캄캄하다.”(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의 자동차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관련업계는 물론 학계, 정관계를 막론하고 역대 가장 큰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열린 한국자동차산업학회 세미나에서 학계와 업계를 막론하고 모든 참석자들이 한 목소리로 최악의 위기라는 데 공감했다. ▶관련기사 3면


일단 각종 지표들이 심상치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1~3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89만여 대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이 감소율을 지난해 연간 생산량(411만대)에 단순 대입하면 올해 376만대 수준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2007년 처음 400만대 고지(409만대)를 밟은 한국의 자동차 생산은 글로벌금융위기 여파(2008~ 2009년)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400만대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올해는 10년 전으로 후퇴한 400만대 이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올해 전망치를 지난해와 비슷한 410만대 수준으로 잡았던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최근 내부적으로 395만대로 낮췄다. 정점을 찍었던 2011년(466만대)과 비교하면 70만대 가량이나 줄어든 수준이다.

2004년부터 10년 넘게 굳건히 지켜오던 자동차 생산국 5위 자리는 이미 2016~2017년 인도에 밀려 6위로 추락했고, 올해는 멕시코에도 밀린 7위로 주저앉을 위기다.완성차업계 면면을 살펴보면 이 심각한 상황이 이해가 된다.

올해 초 군산공장 폐쇄라는 극단적 구조조정까지 단행한 한국GM의 내수 판매(1~3분기)는 전년대비 3만6000대 가량 줄었다. 수출 물량도 2만4000여대 감소했다. 차가 팔리지 않으니 생산이 당연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경영정상화 합의에 이른지 반 년만에 다시 노사갈등까지 불거진 상태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자존심인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전체 글로벌 판매량이 증가했다. ‘빅2’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더딘 판매 회복에 시름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생산량은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반면 해외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물량은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는 이들 완성차업체들과 달리 부품협력사들에서는 그야말로 ‘곡소리’가 나고 있다.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모인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최근 정부에 3조원에 달하는 긴급자금 요청을 했다.

지난 6월에는 현대차 1차 협력사 중 하나인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해 업계에 충격을 줬다. 작년 매출이 1800억원에 달했던 1차 협력사가 이 정도니 2ㆍ3차 업체의 어려움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앞은 더 캄캄하다.

미국발 관세 폭탄 우려가 아직 남아있고 2년 연속 인상률 10%를 상회한 최저임금, 탄력근로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주52시간 근로시간제 등이 자동차업계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전동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로의 전환 과정에서 글로벌 경쟁은 점점 심화하는데 국내에서는 높아만 가는 인건비와 노사문제 비용 때문에 연구개발(R&D)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 19일 자동차학회 세미나에 모인 참석자들이 내놓은 자동차산업 위기의 해법은 당연하게도 ‘경쟁력 강화’였다. 상황 인식과 방법론에는 참석자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업계의 목소리는 분명했다. 노사 문제 리스크였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자동차업계 경쟁력의 가장 큰 문제는 노사문제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건비, 매년 반복되는 노사분규와 임금인상 등은 계속되는데 사측에서는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며 “가뜩이나 낮은 근로 유연성에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까지 더해지면서 근로조건이 전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최악이 됐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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