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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리산업·건설·선박수리업 “근로시간 단축, 최대 애로”
한 주물업체의 주물제품 작업 현장.
중소기업계, 납기·품질경쟁력 상실…산업황폐화·일자리 감소 우려


[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 근로시간 단축 적용 사업장이 2020년, 2021년 순차적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뿌리산업 기업들의 위기감이 특히 높아지고 있다.

주당 52시간 근로는 올해 300인 이상에 이어 2020년 50∼299인, 2021년 5∼49인 등 모든 기업으로 확대 적용된다. 금형, 주물, 도금, 열처리, 도장, 사출 등은 국내 제조업의 뿌리를 이룬다.

뿌리산업은 대부분이 수탁업종으로, 원청기업의 일감을 받아 제조를 하는 형태. 선(先) 제조 보다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수주를 받은 뒤 원자재를 구매하고 설계와 제조를 하는 방식이다.

장기 숙련기술이 요구돼 외국인 근로자나 단기근로로 대체하는 게 쉽지 않은 특성도 있다. 또한 상시 인력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점도 공통적이다. 

24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작성한 ‘중소기업 노동현안’ 자료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뿌리산업의 타격이 가장 컸다.

현재 뿌리업종의 경우 주당 52시간 이상 근무하는 사업체 40%, 주당 60시간 이상은 14%에 이른다. 대부분 주야 2조 2교대를 실시한다. 주문제작과 수주생산 비중이 높아 근무계획과 근무강도를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은 납기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란 염려다. 국내 업체들이 독일,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우위를 유지하는 것은 수주 후 집중근로를 통한 납기단축과 조기납품이다. 일례로, TV용 금형 제작의 경우 일본은 주문 후 평균 50일 걸리지만 한국은 30일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안으로 관련 업계는 ▷외국인력 공급 확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내국인들의 힘든 일(3D) 기피 현상이 심각하고, 내·외국인간 임금수준의 차이도 크지 않은 탓이다. 

한 주물업체의 주물제품 작업 현장.
주물조합 측은 “외국인근로자 인원제한을 없애고 자율적으로 고용하도록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최소 1년은 돼야 납기요구에 따라 활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섬유·비철금속제조·건설·선박수리·ICT·바이오·콘텐츠제작 분야도 근로단축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섬유·염색업종은 근로시간과 생산인원을 기준으로 단가가 형성되므로 근로시간 단축 시 매출액이 감소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불규칙한 주문 형태와 오더가 단납기로 발주되고 있어 시간외 근무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염색조합 측은 “근로시간 단축 땐 회사 매출과 직원 임금이 줄어든다. 지금도 야간 대리운전 등 제2의 직업을 갖는 근로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레미콘, 건설 등 비금속제조 분야는 공사현장 변수에 따라 작업이 진행되는 특성이 강하다. 당일 생산·납품체계로 대기 상태가 많은 편. 따라서 업종(생산제품)에 따른 주 52시간 예외적용이 필요하고 탄력근로시간제 단위를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해달라는 요청이다.

선박수리업은 엔진, 전기, 유압, 기계 등 다양한 분야 숙련근로자가 분업체계로 일을 한다. 근로시간 단축 땐 선박수리기간이 20% 정도 늘어남에 따라 항만시설 사용료와 인건비 상승이 예상된다.

ICT산업과 콘텐츠제작업 역시 신제품 개발을 위한 집증근무와 초과근무가 많은 업종. ICT산업은 제품을 먼저 출시하는 회사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선점효과가 커 일정 기간 장시간 근로가 필수적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콘텐츠제작업은 제작기간이 정해져 있어 단기간 집중적으로 제작·납품해야 한다는 문제가 근로시간 단축과 충돌한다는 주장이다.

중기중앙회는 업종별 문제를 수렴해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경제 5단체 공동대응 검토 실무회의를 지난 15일 가진데 이어 25일엔 ‘노동현안 관련 제도개선 토론회’를 중소기업학회와 공동으로 연다.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방안 세미나’도 다음달 16일 열어 노동현안 대응방안을 토의하고,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도 발표할 계획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은 자칫 수탁 중소기업의 품질저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국가적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며 “국회와 협의해 노동현안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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