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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김정은, 美가 제안한 ‘빈 실무회담’ 거부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북미, 빈에서 실무회담 개최 않는 것으로 정리
-北ㆍ美 고위급 회담, 날짜ㆍ장소 정하지 못해
-美, 현상유지로 방침 굳힌 듯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국이 북측에 한 ‘빈 북미 실무회담’ 제안을 사실상 철회하고 실무협상 재정비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방문했을 당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실무회담을 개최하는 것에 대해 거부의사를 표명했다고 복수의 한미 외교소식통이 밝혔다. 김 위원장의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미측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에 초대장을 보내는 등 실무협상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실무협의 제안을 철회한 뒤 즉각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으나 이에 대한 확답도 듣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은 24일 김 위원장의 거부의사로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추진하고자 했던 이달 중순 빈에서의 실무자 협의 제안을 사실상 철회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구체적으로 협의할 실무회담을 거쳐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빈 실무협의 제안에는 입장을 보이지 않은 채 2차 정상회담 개최에만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모스크바 방문을 시작으로 유럽각지를 순방하며 북측의 반응을 살폈지만,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접촉없이 워싱턴에 귀국했다.

북측이 빈에서의 실무협상에 소극적인 데에는 협상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빈은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동시에 핵물질 및 시설에 대한 검증작업을 이행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있는 곳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 실무협상 장소로 빈을 지목했을 때 전문가들은 미국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전에 비핵화 검증이라는 핵심 의제를 매듭지으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전에 IAEA의 사찰과 비확산체제(NPT) 복귀를 북한에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북소식통은 “북한에게 있어 핵심의제인 ‘상응조치’에 대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뿐”이라며 “미국의 상응조치가 이뤄져야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상황에서 검증에 대한 협상주도권을 미국에 뺏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7일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에 재차 부분적인 핵ㆍ미사일 시설 목록과 비핵화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밝힌 반면, 김 위원장은 ‘상응조치’없이 비핵화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최선희 라인’ 가동이 실패한 이후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열흘쯤 뒤’ 북미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길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날짜와 시간이 확정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 고위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워싱턴특파원들과 만나 “북미가 고위급회담에 대해 계속 협의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아직 날짜와 장소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북한에서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미 고위급회담과는 별도로 비건 특별대표와 최 부상간 실무협상도 북한에서 준비를 마치는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지만, 고위급 회담과 실무협상이 선후의 개념 없이 상호보완 관계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비건-최선희 라인은 실무적인 얘기를 하는데, 합의문은 물론이고 경호와 통신까지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며 “입장을 만들고 철저히 준비를 해서 오는 것 자체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핵화 결단 속에 거대한 게임이 진행될 때는 북한도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은 지금까지 개발한 핵무기와 핵시설을 전부 폐기하는, 모든 것을 걸고 가는 게임이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해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해 “(북미) 실무협상이 얼마나 심도있게 합의를 도출하느냐에 달렸다”면서 “(실무협상에서) 합의가 되면 연내 종전선언이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전선언은 미국 입장에서는 큰 그림 속 일부로서 말해왔고 협상 대상”이라며 “우리의 입장은 연내에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간 종전선언을 한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간 고도의 ‘밀당’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단 미국은 시간끌기 전략을 고수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서두르지 말라’는 입장을 거듭 밝힌 한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1월 1일이 지나서야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관영매체의 논평을 동원해 미국의 상응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례적으로 ‘미국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기도 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연내 개최가 어려워지면서 ‘3차 남북정상회담→2차 북미정상회담→남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한 종전선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됐던 시나리오에도 차질이 생겼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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