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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농단 입증 ‘우회로’ 택한 檢…임종헌 구속 성공할까
부당한 재판개입 여부 최대쟁점
“재판 검토시킨 자체가 직권남용”
실제재판 왜곡무관, 혐의구성 전략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하려 했다는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느냐가 구속 여부를 가를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임 전 차장은 이미 법원 자체 조사를 통해서도 일선 법원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재판에 대해 부적절한 검토보고서를 다수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지내 이번 사태 윗선 개입 여부를 밝힐 ‘키맨’으로 꼽힌다. 임 전 차장이 구속된다면 차한성(64·7기), 박병대(61·12기), 고영한(63·11기) 등 3명의 전직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으로 수사가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임 전 차장의 구속 여부는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려고 했다는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검토한 방안이 실제 재판에 영향을 미쳤는지 직접 규명하는 대신, 임 전 차장이 행정처 심의관들에게 부당하게 사건 검토를 시켰다는 쪽으로 혐의를 구성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심리를 맡았던 전직 대법관들이 사건을 왜곡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이를 반박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임 전 차장이 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의무없는 일’을 부당하게 시켰다는 내용은 상대적으로 범죄 성립 여부를 다투기가 수월하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은 기본적으로 양심의 영역이고, 법리 적용의 영역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혐의를) 가르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반 헌법적 내용의 재판 개입 검토를 시키는 자체를 직권남용으로 의율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9월 심의관들을 시켜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 대응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이 2016년 외교부와 교감해 정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준 사실도 파악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첫 대법원판결은 6년 전인 2012년에 나왔지만, 대법원이 재상고심을 접수한 뒤 5년 넘게 선고를 미루면서 장기 미제가 됐다. 이 사건에 대한 두 번째 대법원 판결은 오는 30일 내려질 예정이다.

재판개입 의혹 외에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에 비판적인 특정 판사의 재산 내역을 파악하도록 하는 등 부당한 사찰을 지시했다거나,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 3억5000만 원을 현금화해 각급 법원에 배분하는 과정에서 허위 증빙서류를 작성하도록 시킨 혐의도 구속 여부를 가를 중요 혐의로 꼽힌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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