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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이민화 KCERN 이사장·KAIST 교수] 유치원문제 해법 ‘사전규제’ 아닌 ‘사후징벌’ 돼야
사립유치원이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한민국 최강의 권력을 가진 학부모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그리고 새로운 규제가 태동하고 있다. 사회문제가 드러나면 이를 사전에 방지하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국회와 정부는 각종 규제를 만들어 대응해온 결과가 한국을 규제천국으로 만들었다.

촘촘한 규제와 감사는 비리를 줄이는데 일조한다. 그러나 비리 감소와 더불어 자율과 창조성을 동시에 억제한다. 많은 경우 비리 축소의 효과보다는 국가경쟁력 저하의 폐해가 더 컸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사기꾼의 등장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면 시장경제의 다양성이 무너진다. 정부나 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는 가정이 성립하지 않음은 70여년 공산주의 실험에서 입증됐다. KTX를 무임 승차하는 소수를 사전에 적발하기 위해 모든 승객의 표를 검사하겠다 하는 것은 후진적 사고다. 선진적 사고는 사후에 적발되면 강력한 징벌적 벌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요약하면, 사전규제에서 사후평가로 전환이 일류국가로 가는 길이다. 일부 연구비 유용이 있다 해서 모든 영수증을 정밀 조사하는 것은 연구자의 사기를 꺾는다. 비리 기업인이 있다 해서 모든 기업인에게 사전 연대보증을 시키는 것은 창업을 하지 말란 신호와 같다. 소수의 위반자를 사후에 적발해 강력히 개별 응징하는 게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누리과정의 학부모 바우처제도로 선의의 경쟁에 돌입했다. 시장경쟁으로 급격히 경쟁력이 향상됐다. 그러나 바우처를 통한 정부 지원금의 관리는 체계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새로운 제도의 정착 과정에 따르는 혼란이다. 당연히 문제는 유치원만이 아니라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새로운 제도가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다수의 정상적인 운영자들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다.

사립 유치원을 현미경 규제를 하게 되면 다수의 뜻 있는 유치원의 운영의지를 꺾을 것이다. 개별 유치원의 문제는 사후에 투명하게 평가하고 공개하면 된다. 소수의 문제로 선의의 다수에게 일괄규제를 부과하는 것은 국가를 후퇴시키는 정책이다.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은 이런 방식으로 꾸준히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켜 왔다.

국가 주도의 성장은 중진국까지가 한계다.

지난 20년간 국가가 앞장 선 과제 중 성공사례가 있었는지 반문해 보라. 혁신은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민간주도 영역이다. 혁신에는 실패와 거품이 같이 존재한다. 실패를 없애고 성공만이 대우받는 추격자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주 980만명의 KT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정부의 규정을 준수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서울고법은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했다. 페이스북이 2조의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예측과 비교해 차이가 너무 크다. 한국은 규정만 지키면 면책이 되니, 정부 눈치는 보지만 소비자는 무서워하지 않는다.

국가가 보안규정을 만들지 말아야 하고, 기업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게 ‘바젤협약’이다. 우리는 지금 추격자 전략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중이다.

KTX 표와 같이 사전규제는 줄이고 소수의 도덕적 해이는 사후에 강력히 징벌하자. 사후 징벌 시 발각확률의 3배라는 ‘3배 징벌의 원칙’을 광범위하게 적용하자. 예를 들어, 표 미구입 발각확률을 10분의1로 보고 30배의 벌금을 물리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KTX 표를 사는 게 훨씬 유리한 선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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