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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택시파업에 즈음하여
‘한국은 공유경제의 불모지의 오명을 받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 라운드테이블’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공유경제의 암울한 현실을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유경제는 “어차피 가야 할 길이면 정면돌파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불모지라는 것을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지난 18일 벌어진 택시기사들의 파업은 이해관계에 얽매여 옴짝달싹 못하는 공유경제의 민낯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들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가 시행되면 택시 업계는 생존권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날 벌어진 파업을 바라보는 대중의 여론은 싸늘하다. 대중은 소비자의 편익과 시대의 변화 흐름을 지적한다.

김 부총리의 언급대로 공유경제는 이미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이들은 단순한 카풀 서비스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해 플랫폼 경제를 실현 중이다.

최근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차량공유 서비스의 선두주자 우버의 기업가치를 약 1200억달러(약 134조9000억원)로 산정했다. 이는 미국 3대 완성차인 제너럴모터스(GM)ㆍ포드ㆍ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높다. 우버는 내년 상반기 상장을 추진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이용자 수를 자랑하는 중국의 디디추싱은 이용자 수가 4억5000만명, 기업가치는 560억달러(약 63조16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현대차ㆍ기아차의 시가총액을 합쳐봐야 약 36조원에 불과하다. 기업 가치에서 드러나듯 자동차 제조업체는 곧 모빌리티 플랫폼에 종속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출퇴근 시간의 입법 미비를 두고 카풀 서비스의 시행조차 결정 못 하는 현실은 지나치게 한가하다는 느낌이 든다. 국내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의 대표 주자가 육성되지 못하면 결국 시장의 주도권은 글로벌 기업에 넘어갈 게 분명하다.

10년 만에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 정도로 대한민국의 경제 현실은 암울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래서 돌파구로 혁신성장을 내세우며 과감한 규제완화를 천명했다. 자동차가 등장한 19세기 말 영국이 마차 속도에 맞추도록 규제했다가 독일 등에 밀린 사례를 지적하며 ‘붉은깃발’을 화두로 제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작 김 부총리가 공유경제의 불모지 오명을 벗겠다며 다짐한 회의 자리에 최근 사회적 갈등의 당사자인 차량공유업체 대표 카카오모빌리티는 참석하지 않았다.

카풀서비스를 둘러싼 갈등은 우리 사회에 큰 화두를 던졌다. 변화의 흐름은 비단 모빌리티의 영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기에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4차산업혁명시대라는 말이 일상어로 사용되는 시기다. 택시기사들의 파업을 두고 혹자는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기계를 부수며 저항했던 ‘러다이트 운동’을 떠올린다. 구(舊)산업과 신(新)산업의 본격적인 교체를 목전에 둔 지금까지도 시대의 변화에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현실이 너무나도 위태롭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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