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한 소설가 박완서씨는 옆에서 지켜본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를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한국문학의 현장을 평생 지켜온 1세대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25일 오후 7시30분께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최근까지도 문예지 등에 월평을 쓰며 매일 치열하게 읽기와 쓰기를 해온 고인은 비평이론과 문학사, 작가론, 작품론 등 문학 전반에 걸쳐 200여권의 저서를 남기는 등 우리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36년 경남 김해군 진영읍 사산리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사범대 국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2001년까지 30여년 간 후학을 양성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그는 정체성과 근대성을 평생 풀어야 할 숙제, 운명으로 여겼다. 근대를 화두로 문학사를 정립한 ‘한국근대문예 비평사 연구’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1930년대 카프 연구로 유명한 고인은 루카지 이론을 문단에 본격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의 비평의 대상은 전공인 근·현대문학은 물론 동시대 문학과 대가와 신인까지 두루 아울렀다. 꼼꼼하고 정확하게 읽어내는 그의 비평은 엄격했고, 문학 안에 가두는 대신 역사와 현실의 자리에서 읽으려 애썼다. 그가 43년간 쓴 151편의 서문을 모아 출간한 단행본 서문집은 바로 그런 그의 한국문학에 대한 넓고 깊은 사랑을 보여준다.
고인은 서울대 정년 퇴임 당시, 비평에 대한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비평이란 사실은 내 자신을 어찌 할지 모르니 작품을 통해 해답을 얻으려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학문이고 비평이고 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네 것은 무엇이냐’가 만년의 괴로움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200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으며, 대한민국황조근정훈장(2001)과 은관문화훈장(2016)을 받았다.1962년 ‘현대문학’에 평론이 추천돼 등단, 한국문학 작가상, 대한민국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편운문학상, 요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대상(학술 부문) 등을 수상했다.빈소는 서울대병원으로, 27일 오후5시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서 추모식이 열린다. 발인은 28일 오전 7시, 유족으로는 부인 가정혜 씨가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