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누어가 이 책에서 첫 번째로 다루는 인물은 작은 나라, 정나라의 집정관이었던 자산이다. 사방이 전쟁터에 노출된 지형으로, 초나라 등 다른 나라의 전쟁터로 전락했던 불행한 나라를 칼날 같은 엄정함으로 지켜냈던 그를 통해 지은이는 어쩔수 없는 작은 나라의 비극적 현실과 타이완을 돌아본다. 지은이는 자산의 정확하고 엄격한 실천철학과 형법의 제정에서 복지제도에 이르기까지, 또 약소국에게는 고통의 자리였던 국제 외교 모임 희맹에서 정확한 대책과 처신으로 언제나 옳았던 그의 탁월함을 열거하면서도 자산의 활약과 나라의 운명은 거기까지였음을 지적한다. 중국에선 더 이상 작은 나라는 존재할 수 없고 기억되지 않는 때가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자산을 통해 대국과 작은 나라의 관계와 한계, 중국 권력의 속성을 깊게 사유해나간다.
지은이는 ‘좌전’ 속에 무수히 등장하는 꿈 이야기에도 주목한다. 이는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의식이나 가치관과 같은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게 지은이의 인식이다. 2000년전 동쪽의 작은 나라였던 노나라의 역사를 통해 탕누어는 긴 시간을 조망하며 역사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어떠해야 하는지 들려준다. 2000년전 이야기를 방대한 독서와 지식, 사유의 촘촘한 그물로 다시 길어올려 그 의미를 재구성했다. 이윤미 기자/me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