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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이 묻어나는 환상적 서커스…
박민준, 라푸-추락 Rapu-Fall, 2018, Oil on canvas, 100.5x72cm.
[제공=갤러리현대]
갤러리현대, 박민준展 11월25일까지


시작은 2년전 그렸던 하나의 그림이었다. 작가는 술의 신 바쿠스가 지배하는, 그래서 환상적이고 기괴하며 제정신이 아닌 서커스단을 그렸다. 알록달록한 호랑이와 거대한 도마뱀, 육중한 코끼리 사이 단원들이 자리잡았다. 작품명은 ‘판테온’. 작가는 이들 캐릭터 하나 하나에 이야기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의 소설과 소설에서 출발한 그림, 조각, 설치가 탄생했다. 박민준(47)작가의 개인전 ‘라포르 서커스’의 풍경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는 박민준 작가의 개인전 ‘라포르 서커스’를 개최한다. 2012년 동 갤러리 개인전 이후 6년만의 전시다. 라포르 서크스단이라는 가상의 공간과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펼치는 마술같은 장면을 묘사한 신작회화 20여점, 작가가 처음 시도하는 조각 작품들이 나왔다.

전시는 소설 ‘라포르 서커스’의 스토리라인을 따른다. 소설의 주요 장면이 회화로 옮겨졌다. 작가는 서양 고전회화를 연상시키는 섬세하고 정밀한 특유의 필치로 주인공인 곡예사 라푸의 성장을 그려낸다. 쌍둥이 형을 좋아하지만 또 질투하는 라푸가 눈이 멀고, 그래도 줄타기에 도전하는 과정이 한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사람과 대화하는 파란 원숭이, 복화술을 하는 꺽다리 관장, 머리에서 나무가 자라는 동물 조련사, 칼 던지기 명수 등 다양한 캐릭터도 생생하게 살아난다.

그런가 하면 조금은 거칠고 투박한 스타일의 회화도 나왔다. 라푸가 그린 그림이라는 컨셉으로 작가가 전혀 다른 시도를 한 것. 이른바 라푸가 바라본 서커스의 모습이다. 눈 내리는 날 쌍둥이 형제를 품고 죽어간 아버지, 줄을 타던 쌍둥이 형을 죽음으로 몰고간 사고 등 극적 장면들이 투박하게 그려져 오히려 긴 여운을 남긴다.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원 재학 시절에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 ‘의심하는 도마’에 감동해 서구 고전 회화에 천착했다. “작업실에 있던 그림인데 어느 순간, 그림 한장으로도 이렇게 큰 감동을 줄 있구나”싶어 공부를 시작했다. 고전 회화를 지양하는 최근의 트렌드와는 상당히 다르다. 작가는 “미술의 세대구분은 길어야 100년이다. 시간이 많이 지나 그 스케일을 1000년으로 본다면 나와 카라바조는 동시대 작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살다보면 좌우로 흔들릴 때가 있다. 작가로서 지향점을 찾아 걸어갈 때 균형을 잘 잡고 싶어 외줄타기를 주제로 작업했다”고 했다. 전시는 11월 25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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