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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 말많은 부동산 공시가격 제대로 개선해야

  • 기사입력 2018-11-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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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지가 및 공시주택가격의 불균형에 대한 해법으로 미국처럼 지방자치단체가 가격을 산정해야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공시가격제도 개선에 대한 다양한 견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제도개선의 방향을 과거로 회귀시키거나, 우리와 제도환경이 다른 외국에서 찾으려는 시각은 지양되어야 한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부동산 문제를 압축적으로 겪었다. 외국의 많은 제도를 도입해서 제도를 개선했지만, 우리 여건에 맞지 않아 시행착오를 겪은 경험도 많다. 덕분에 우리나라의 토지 및 주택제도의 상당부분은 외국제도보다 앞서있거나 우리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 공시가격이 현실화율이나 가격균형 면에서 개선되어야할 점이 있지만, 가격조사체계는 우리나라 여건에 부합하는 형태이다.

지자체가 가격조사권을 가져야 하는 사례로 제시되는 미국은 조세제도가 우리와 다르다. 미국에는 종합부동산세와 같이 전국 단위로 운영되는 보유세가 없고 세율결정 구조도 다르다. 지자체별로 세입 부족분에 따라 당해 연도에 필요한 세수를 결정하고, 세율을 결정하는 형식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신축 주택이나 새로 취득한 주택은 취득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세를 부과하지만, 그렇지 않은 주택은 1978년 시점의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한다.

지방정부에서 평가하는 가격도 과표 산정에만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공시가격이 세금 뿐만이 아니라 복지, 부담금 등 60여개 행정의 기초자료로 사용된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중앙정부 소속의 공공기관에서 가격을 평가하여 지자체에 제공한다. 영국의 경우 재산세인 카운슬세는 국가기관인 평가청에서 주택가격을 평가하지만, 매년 평가하지 않는다. 호주도 주정부 부동산평가국에서 3년마다 평가한다.

이렇듯 각국은 조세제도에 따라 가격평가체계를 운영한다. 우리처럼 매년 평가하는 나라도 많지 않다. 공시가격은 정밀평가가 아닌, 연 1회 일정 기준 시점의 가격을 조사해서 공공행정에 시용하는 대량평가가격이다. 전 국민이 매년 심장이나 뇌수술 하는데 필요한 정밀검진을 할 필요가 없듯이, 공공행정에 사용하기 위해 매 시점별 가격을 정밀평가하는 것은 타당성도 낮고 실익도 거의 없다.

공시가격제도 도입 배경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989년 토지공개념제도 도입 당시, 재산세 과표는 지자체별로 조사했지만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은 현실화율과 지역불균형 문제가 있었다. 국세의 기준인 기준시가나 보상가격으로 사용되는 기준지가도 각기 다른 조사시점과 기준으로 조사하여 가격수준이 달랐고, 일부 지역만 조사가 이뤄졌다. 토지초과이득세, 종합토지세와 같이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일원화된 기준으로 조사한 가격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단일기관에서 조사기준과 방법 등을 하나로 통일해서 전국의 지가를 조사하고, 행정 목적에 따라 가감조정해서 사용하는 공시지가제도가 도입되었다. 공시주택가격도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기 1년 전에 비슷한 이유로 도입되었다.

공시가격 조사권을 지방으로 이양한다는 것은, 지자체마다 각기 다른 기준과 방법으로 가격을 조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세금, 건강보험료 등을 둘러싸고,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지역간 불균형과 형평성 문제를 발생시키는 새로운 불씨가 될 것이다. 합리적인 기준으로 조사를 잘하는 지자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자체도 있다. 주민투표에 의해 선출되는 자치단체장이 조세저항과 주민 표를 의식하여 가격수준을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세금부과 기관과 가격조사 기관을 분리하고, 중앙정부 주도의 단일 기준으로 조사해야하는 이유이다.

그 동안의 축적된 제도시행 경험과 4차산업혁명의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공시가격의 적정성과 객관적 합리성을 높이는 공시제도 선진화에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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