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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입제도 근본 개혁 필요성 일깨운 숙명여고 사태
서울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이 ‘사실’로 확인되며 일단 마무리 되는 모습이다. 경찰은 이 학교 교무부장이 재학생 쌍둥이 딸에게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시험문제와 정답을 빼돌려 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쌍둥이 자매가 이를 활용해 암기장에 작성한 정답 메모 등의 증거물도 제시됐다. 법원 최종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한 눈에 봐도 정황 증거는 확실해 보인다.

이번 사태로 가뜩이나 불신받는 우리 공교육의 위상이 더 흔들리게 됐다. 특히 고교 내신에 대한 신뢰는 아예 뿌리가 뽑힐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학부모들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서울 강남 한 복판 명문 여고가 이럴 정도니 다른 지역은 오죽하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내신을 둘러싼 비리는 사흘이 멀다하고 불거지고 있다. 행태와 유형이 다양하고 수법도 교묘하다. 학생이 시험지를 훔치는가 하면, 학교 행정실 관계자가 시험지를 빼돌려 학부모에게 건넨 적도 있었다. 교사가 학생부를 조작해주는 일도 다반사였다. 심지어 한 기간제 교사는 학생과 성관계를 맺고 성적을 고쳐주는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내신에 목을 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학입시 수시 비중이 확대되면서 내신이 곧 대입 제도의 근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대입정원의 76.2%를 수시로 뽑았다. 이 중 학생부 중심의 전형 비중이 80%가 넘었다. 내신이 대학입시를 좌우하게 되니 관련 비리도 끊이지 않는 것이다. 교무부장 아버지의 빗나간 부정(父情)도 어떻게든 내신 성적을 올려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셈이다.

차제에 교육당국은 추락할 대로 추락한 내신에대한 신뢰회복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공정한 대학 입시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무너진 공교육의 위상을 바로 잡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대입 제도의 근본적 개선이다. 단 한번의 수능으로 학생들을 일렬로 세우는 것은 반인권적이라며 현 정부들어 수시전형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이 역시 학생들을 무한 경쟁으로 몰아가며 또 다른 비리와 폐해를 양산하고 있다. 학생부든 수능이든, 아니면 특기와 적성만 보든 학생 선발권을 각 대학에 전적으로 맡기는 방안을 이제 고려할 때가 됐다. 대학마다 독특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을 뽑으면 획일화된 공교육 시스템도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이다. 그래야 성적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성과 창의성을 겸비한 인재를 배출하는 공교육의 위상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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