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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10년전과 지금의 ‘고시원 화재’…행정기관 여전한 ‘안전불감증’

  • 기사입력 2018-11-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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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와 휴대용 조명기구만 비치돼 있었을 뿐, 스프링클러와 같은 안전시설도 없었다.”

과거 한 고시원에서 벌어졌던 화재사고에 관한 기사 내용이다. 당시 사고 탓에 7명의 안타까운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위 문구는 무슨 사고를 다룬 보도 내용이었을까? 만약 지난 9일 발생한 ‘국일고시원’ 사고를 떠올렸다면, 틀린 대답이다. 국일고시원에도 일부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국일고시원 문제를 다룬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은 아니다.

정답은 따로있다. 무려 10년전인 2008년 용인에서 발생한 ‘타워고시텔 화재’ 사고다. 위 문구를 갈무리해 인터넷에 검색하면, 당시 화재사고를 종합했던 보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방화탓에 고시원에 불길이 번졌는데 스프링클러 등 장비가 없고, 고시원 방 칸막이들은 화재에 취약했던 탓에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국민들은 일선 고시원들의 허술한 안전관리에 분노했다.

사고는 이듬해인 2009년 고시원을 포함한 다중이용업소들의 화재ㆍ안전관리를 다룬 법안인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하는 데도 크나큰 기여를 했다.

그런데 10년 후인 지난 9일, 국일고시원에서 ‘또’ 안전설비 문제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일 이른 오전께 국일고시원에서는 불길이 번졌는데 천장에는 불길을 잡아줄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사고의 최초목격자 박모(72) 씨는 “전열기를 켜놓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새, 불길이 치솟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만약 스프링클러가 있었다면 불길은 고시원 전체를 태울만큼 크게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2009년 개정된 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특별법 개정 이전에 생긴 고시원은 법의 ‘소급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특별법은 일선 고시원들이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곳들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올해초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한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헌데 소급적용은 행정기관들의 ‘핑계 거리’도 돼주고 있었다. 특별법이 개정된 이유는 고시원을 포함한 다중이용업소 전반의 안전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고, 많은 시설이 안전설비를 갖춰서 화재와 같은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게 하는 것이 목적임에도 말이다.

국일고시원 화재사고 이후 취재를 하다 접한 일선 기관들은 문제를 언급하자 ‘법적으로는 잘못된 것이 없다’고 항변했다.

소방청도 이중 하나. 소방청 한 관계자는 “스프링클러의 경우 지하나, 밀폐형 건물인 경우에만 의무적으로 설치되도록 하고 있다”면서 “고시원은 스프링클러 설치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선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최근 취재한 결과, 국일고시원을 포함한 종로구 인근 상당수 고시원들은 등기부상 용도가 ‘사무실’이거나 ‘사무소’, 심지어는 ‘비디오방’ 등으로 등록돼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등록을 담당하는 일선 지자체는 ‘소방필증이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석연치 않은 대답을 내놨다.

종로구청 한 관계자는 “2009년 이후 지어진 고시원만이 건축법에 따라 근린생활시설 분류에서 고시원을 선택해야 됐고, 이전에 지어진 경우에는 소급적용이 되지 않았다”면서 “(화재가 난 국일 고시원은) 화재보험도 있고 소방필증도 있었다. 그전에 지어진 건물에 대해 소급해서 적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행정기관에 전적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행정기관의 단속없이도 고시원 주인이 조금만 더 안전에 신경 썼다면…, 최초목격자인 박 씨가 화재를 발견하고 자고있었을 다른 사람들을 깨워 함께 나갔다면 분명 이같이 큰 인명피해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2009년 법 개정안을 내놓고도 ‘소급적용’이 되지않아 문제가 커졌고, 행정기관은 그 소급적용을 ‘핑계’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보는 이를 거듭 불편하게 만든다.

현재 서울시내에만 1080곳에 달하는 고시원들이 국일고시원처럼 안전문제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당수가 스프링클러 등 시설을 갖추지 못했고, 안전 점검에서도 다른 고시원보다 취약한 상황이라고 한다.

한국 사회는 10년전 용인 고시원 참사를 겪고도, 이번 국일고시원 사고를 또 경험해야만 했다. 이제는 그만해도 좋을 경험이다. 있어선 안될 인명피해도, 행정기관의 변명도 모두 말이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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