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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판 ‘러스트벨트’ 현실화…울산 실업률 외환위기 후 최대, 인구도 감소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한때 호황을 누리다가 제조업의 불황으로 쇠락한 ‘러스트 벨트(rust belt)’. 자동차ㆍ철강ㆍ기계 등 미국 제조업의 중심지로 19세기 중반 이후 100여년 동안 호황을 누리고 인구도 급증했으나, 1970년대 이후 경쟁력 저하로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인구가 감소하고 실업자와 범죄가 급증해 골칫거리로 전락한 미 북동부 5대호 주변의 공장지대를 이르는 말이다.


한국판 ‘러스트 벨트’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 등 제조업이 아직은 한국경제의 중심축이지만, 고비용 구조와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관련 공업지대를 중심으로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경제가 쇠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개발 역사가 70년을 넘으면서 지역경제 구조를 시대 흐름에 맞게 바꾸지 못할 경우 이런 현상은 가속화할 수 밖에 없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역경제 동향’을 보면 우리나라 산업화 역사의 현장인 울산 지역의 올해 3분기 실업률은 1년전보다 1.3%포인트 상승한 4.9%에 달했다. 같은 분기를 기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3분기에 6.1%를 기록한 이후 19년만의 최고치다.

올 3분기 울산의 실업률은 전국 평균(3.8%)을 1%포인트 이상 웃돌면서 서울과 함께 전국 시ㆍ도 중에서 가장 높았다. 울산은 이 지역의 핵심 제조업인 조선ㆍ자동차 부문의 수년에 걸친 구조조정과 이로 인한 여파로 실업률이 높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경북과 대전도 광공업ㆍ서비스업의 부진으로 실업률이 각각 2.3%포인트, 1.7%포인트 상승해 비교적 높은 4.3%를 기록했다.

광공업 생산은 서울(-12.8%), 대전(-17.2%), 강원(-20.6%) 등에서 줄었고, 소비는 경남(-2.3%), 전북(-1.2%), 울산(-1.2%) 등 구조조정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건축 수주는 경남(-67.9%)·서울(-66.3%)·강원(-56.9%) 등에서 급감했다.

수출은 경남(-43.7%)과 부산(-15.9%)에서 선박ㆍ자동차 등의 부진으로 큰폭 감소했으며, 부산ㆍ울산ㆍ경남 등 동남권 전체 수출이 19.4%나 줄었다. 서울(-2만6330명), 부산(-5774명), 전남(-4216명), 울산(-3100명) 등 11개 지역은 인구가 감소했다.

통계청의 지역경제 동향은 광역 지자체를 단위로 통계를 작성하기 때문에 시ㆍ군ㆍ구 단위의 경제활동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지역경제의 성쇠를 엿볼 수 있다. 울산을 비롯해 거제ㆍ창원ㆍ영암ㆍ군산 등은 이미 고용 및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최근 민간연구소 ‘랩2050’은 제조업 및 특정 업종의 집중도, 해당 제조업 노동자의 고령화 정도, 과학기술 혁신역량, 일자리 창출력 등을 종합한 결과 전남 곡성군과 전북 완주군, 울산 북구를 한국형 러스트벨트 조짐이 있는 곳으로 꼽아 주목을 받았다.

우리경제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잠재성장률에 버금가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지역별 격차는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산업구조와 지역의 경제구조를 혁신해 새로운 활력 요소를 발굴하지 못할 경우 러스트 벨트는 점차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버밍엄이나 리버풀, 맨체스터, 쉐필드 등 산업혁명의 중심지들도 19세기에 호황을 구가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한 쇠락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후 도시재생과 디자인, 문화와 교육 등으로 도시를 재편하면서 경제ㆍ문화의 중심지로 재탄생했다.

한국의 공업도시들도 단순한 제조업 중심에서 기술혁신과 문화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변신을 서둘러야 하는 시점에 온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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