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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대표]글로벌 게임 기술 기반, 개발·운영까지 토탈 서비스 완성


- 전 세계 2억 명 유저 확보 '포트나이트' 한국 시장서도 성공 '자신'

지난 2009년 에픽게임즈가 한국에 진출한다. 언리얼 엔진은 당시 '다루기는 어려우나 결과물은 훌륭한 엔진'으로 평가되던 시기였다. 앞서 '크라이 엔진'과 '게임브리오'엔진이 더 많이 보급된 때였다. 당시 에픽게임즈는 매시브에서 사업과 전략개발을 담당하던 박성철 부장을 대표로 선임하고 한국 게임계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불과 수 년 만에 세상은 크게 뒤바뀐다. 당시 대세를 이루던 엔진들은 이제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자리에는 '언리얼 엔진'이 이름을 올린다. 이제 세계적으로 약 630만 명이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게임을 개발하고, 누구나 쉽고 빠르게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엔진으로서 가치를 입증한다. 다루기 어려운 F-1레이싱카처럼 보이던 엔진은 이제 올라 타면 목적지까지 고속으로 달리는 KTX를 연상케 한다. 장인들이 다루는 엔진에서 범용 엔진으로, 또 퀄리티면에서도 발전을 거듭하는 엔진으로서 개발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에픽게임즈는 이에 한발 더 나아가 자체 개발게임 '포트나이트'를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다. 이어 지스타 2018을 통해 '포트나이트' 공식 서비스에 불을 지핀다. 과거 '언리얼 대세론'을 만들어 현실로 이끌어냈고, 9년 뒤 이제 '포트나이트 대세론'을 준비하는 에픽게임즈 코리아 수장 박성철 대표를 만났다.
 



박성철 대표는 게임이 좋았다. 그는 일본 게임사인 남코 팬이다. '릿지레이서', '철권'과 같은 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지난 2001년 SCEK(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코리아)가 최초로 설립될 당시 창립 멤버로 참가했던 것도 게임이 좋아서였다.
 "이력서만 수백 통을 썼을 거에요. 떨어진 기록도 만만찮습니다. SCEK 이야기를 하려면 또 한참 길어지는데, 이 기업에 들어가려고 전략기획문서를 백장가까이 써서 제출했습니다. 그래도 떨어졌어요.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서 소니 본사에 전화를 했다가 그게 잘 풀려서 임원을 만나고 그 때 문서를 다시 보여주면서 SCEK멤버가 됐습니다."
 이후 행적들도 모두 게임과 연관돼 있다. SCEK, 마이크로소프트, 매시브와 같은 대형 기업들이 그의 커리어다. 모두 게임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인터뷰 도중 박 대표가 귀를 움직였다. 말 그대로 귀가 움찔움찔했다. 당황하는 기자가 '개인기'라며 웃자 박 대표는 중학교 때부터 연습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행동 방식은 그랬다. 무엇이든 하고 싶다면 원인을 분석하고, 실험하고, 결과를 찾아 결론으로 이끈다. 그것이 그가 살아온 방식이다.

노력하는 천재의 저력
 그는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 SCEK, 매시브 등 각 기업에서 효율적인 일처리 방식과 마케팅 방식,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 클라이언트와 퍼블리셔의 관계를 배우면서 갈고 닦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만히 있어도 이미 대기업 임원에 가까운 커리어였다. 그런데 잘나가는 자리를 박차고 에픽게임즈 코리아에 또 지원한다. 이번엔 얼마나 많은 문서를 준비했을까.
 "처음에 에픽게임즈로 가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비즈니스라고 했죠. 저는 제가하면 '잘 팔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는 '쓸데없이 자존심만 높았다'고 이야기한다. 아는 것 하나 없지만 딱 하나 자존심만큼은 있었다고 되뇌인다. 그런데 그 자존심과 신념이 실제로 현실이 됐다.
 그는 언리얼엔진을 '사라'는 말 대신에 '보라'는 말로 바꿨다. 또, '제안'대신에 '서비스'라는 말을 채택했다. '당신을 위해 '프라이빗 데모'를 서비스하고자 합니다'라는 말을 이용했다. '뭔가 따끈따끈한 기술'을 먼저 보여주겠다는 이야기가 통했다. 그렇게 하나, 둘 길이 열렸다.
 



연이은 흥행이 대세로
 노력하는 자에게 행운이 따른 것일까. 그가 계약을 맺은 기업들이 하나 둘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린다. '블레이드 & 소울'과 같이 PC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린 게임은 물론 모바일시장에서도 '블레이드 for kakao'와 같은 게임들이 대세로 자리 잡는다. 잘 만들어진 게임들이 레퍼런스로 자리 잡으면서 계약 문의가 줄을 잇는다. 흔한 갑을관계대신 동등한 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최대한 들으려 했다고 박 대표는 회고한다. 파트너들이 필요한 기능들을 엔진에 적용하면서 엔진 기능은 점차 강력하게 변모했고, 다시 이 기능을 개발해 게임을 개발하는 선순환구조가 완성된다. 다시 이렇게 성공 작품들이 탄생하면서 언리얼 엔진 천하가 완성된다.
 박 대표는 이제 다음 그림을 그린다. 게임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 군에서도 언리얼 엔진을 활용하는 시대를 준비한다.
 "건축, 군사, 의료, 애니메이션 등 많은 부분에서 언리얼 엔진이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폭스바겐에서 언리얼을 활용해 자동차를 디자인하니까요. 기존 작업물 보다 빠르게, 안정적으로 결과물을 뽑아내는데다가 라이선스 비용도 크게 줄어드니 안할 이유가 없는 거죠."
 게임에서 경쟁 기업들을 물리치고 대세가 됐듯 다른 분야에서도 그의 노하우는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트나이트' 국내 성공 '자신'
 이제 박성철 대표는 '포트나이트' 국내 흥행을 원한다. 다년간 단련된 크루들도 함께 하니 어쩌면 수십 페이지를 넘어 수백페이지짜리 플랜이 준비돼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선택은 제대로 보여주자였다. 역대 최초로 지스타에서 해외 기업이 메인스폰서를 잡는다. 여기에 그 기간 동안 부산 일대를 '포트나이트'판으로 꾸미겠다고 그는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1,000억 원이 넘는 상금을 걸린 e스포츠 대회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주연 크리스 프랫을 메인 모델로 걸었다.
 



"고민을 많이 했죠. 해외에서는 잘 되는데 한국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미 '배틀그라운드'가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에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게임성 자체가 서양풍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안될 이유를 찾는다면 계속 이야기해야 할 텐데, 될 이유를 찾는다면 한 가지입니다. 게임 참 재밌습니다. 누구나 게임을 해도 참 즐겁게 합니다. 그거 하나면 다른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그는 '배틀그라운드'이야기를 할 때 마다 기분 좋게 웃었다. '배틀그라운드' 역시,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된 게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배틀그라운드'가 더 잘됐으면 한다고 그는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두 게임이 함께 잘되는 그림이 가장 흡족한 그림이라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에픽게임즈는 이미 한 두개 게임으로 뿌리가 흔들릴 기업은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제가 가장 중점으로 보는 것은 '포트나이트'를 해야 할 이유를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굳이 뭘 눌러서 뭘 지어라는 이야기보다, 동기 부여를 주면서 '이것을 해야 할 이유'를 알리려고 합니다. 천편일률적으로 모험을 떠나라, 공주를 구하라는 식의 '명령'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어느 순간 '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또 저희가 오랜 기간 동안 '포트나이트'를 안정적으로, 진정성 있게 운영할 계획이라는 점을 알리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지스타에서 많은 분들에게 인사드리고 엔진부분에서 그랬듯 게임 분야에서도 앞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안일범 기자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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