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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차·조선 살아난다는 문 대통령의 동떨어진 상황인식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와 조선업이 호전되고 있다며 경제 낙관론을 펼쳤다. 조선의 경우 수주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늘어 시장 점유율이 44%에 이르며 세계 1위를 탈환했고 자동차는 수출감소와 구조조정으로 생산이 감소하다 8월부터 10월까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럴 때 제조업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란 주문도 했다.

문 대통령은 ‘주목할 만한 일’이자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지만 해당 현장의 실제 모습과는 거리가 한참 먼 얘기다. 문 대통령이 적시한 내용이 전혀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반짝 상승을 너무 핑크빛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만 해도 그렇다. 지난 10월까지 우리 조선업체들이 수주한 실적은 224척이다. 한창 호황이던 10년 전에 비하면 20%도 안되는 초라한 규모다. 조선 불황으로 해당 산업 구조조정을 준비하던 2015년의 292척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워낙 수주량이 적었던 탓에 수치상 크게 호전된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당장 내년을 기약하기 어려워 연명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자동차도 다를 게 없다. 문 대통령 말처럼 8~10월 생산 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6.4% 늘었다. 그러나 이 역시 일시적인 착시현상이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 수치가 의미를 가지려면 관련 산업 자체 회복이 전제돼야 하는데 지금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에는 추석 연휴가 유독 길었고, 파업 등으로 이 기간 생산량이 대폭 줄어들어 올해 실적이 상대적으로 개선된 것처럼 보인 것이다. 중소부품업계는 뿌리가 흔들리고, 최대 제조업체인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4분의 1토막 나고 있는 게 냉엄한 눈 앞의 현실이다.

대통령의 경제상황 인식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현실과 떨어져 있는 것은 두말 할 것 없이 보좌하는 참모들의 잘못이 크다. 지엽적인 숫자만 잘라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하는 것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일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제대로된 경제 회생 처방이 나올리 없다. 오히려 위기를 가속화하는 우를 초래할 뿐이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은 같은날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장관들이 현장을 잘 모르고 있다”며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정작 현장을 잘 모르는 건 문 대통령 자신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처음으로 7주 연속하락해 50%대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데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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