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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불씨 하나에 일상이 먹통…후진적 규정 당장 손봐야
KT 서울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 화재 사고로 서울 서대문 용산 등 북서부 및 경기도 고양시 일원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생활의 일부가 된 휴대전화 통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먹통인 것은 물론 각종 배달앱과 카드단말기가 작동을 하지 않아 해당 사업장이 아예 문을 열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터라 해당지역 자영업자들은 분통이 터질 판이다. 피해 지역 관할 경찰서는 112시스템과 병원 응급실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화재가 진압되면서 복구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지만 완전히 기능을 되찾을 때까지는 아직 1주일 가량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은 불씨 하나에 대한민국 국가 기능의 일부가 맥없이 허물어진 셈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말이 부끄럽게 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한국전력 등 관계기관은 26일 화재 통신구에 대한 2차 합동감식에 들어갔다. 차분히 그 결과를 지켜봐야 겠지만 허술한 방재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보완이 시급하다. 수도 서울의 5개 자치구에 필요한 유무선 통신 서비스 설비가 설치된 통신구에 화재에 대비한 장비라고는 달랑 소화기 1대가 전부였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정도만 유지해도 관련 법에 전혀 저촉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행 소방법에는 통신구 길이가 500m를 넘어야 스프링쿨러 등의 시설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사고가 난 통신구는 길이가 이보다는 조금 짧아 그 의무를 비켜간 것이다. 통신구 길이에 관계없이 소방 시설을 의무화하도록 당장 후진적 소방법을 고쳐야 한다.

신경세포처럼 촘촘하고도 중요한 통신 시설을 운영하면서 백업시스템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도 납득이 어렵다. 통신망이 끊기면 우회망이 가동돼야 하는데 이게 준비되지 않아 피해가 더 컸다. 이 지역이 백업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D등급 지역이라는 게 그 이유라니 기가 막힐 뿐이다.

통신망은 굳이 더 언급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가장 중요한 국가기반시설이다. 작은 화재 하나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야기하는지 이번에 분명히 보았을 것이다. 다시는 이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와 관련 업계는 법령을 정비하고 시설을 보완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지역 영세 사업자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KT는 일단 한달치 통신요금 감면을 제안했지만 그런 식으로는 곤란하다. 규정에 연연하지 말고 실질적인 보상이 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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