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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밥그릇과 쪽박
교육방송(EBS) 프로그램중 ‘극한직업’이라는 것이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돈을 주고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많은 상품(혹은 서비스)을 생산하기까지 말 못할 기술과 노력, 수고를 쏟아붓는 사람들. 그들의 거친 숨소리와 땀방울 가득한 작업현장을 밀착취재하는 내용이다. 캠핑카와 푸드트럭을 만들고, 한옥지붕을 올리고, 밧줄하나에 의지해 절벽 위 약초를 캐고, 위험천만한 냉동참치를 싣고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이렇게 힘겨운 과정이 있었나’ ‘세상에 거저 얻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하지만 극한직업이 TV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 속의 직업들이 ‘협의의 극한직업’이라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광의의 극한직업’은 부부이자 부모가 아닐까 싶다.

젊은이들은 취업절벽 위에서 신음하고 있다. 인생 초반에 만난 첫번째 허들부터 만만치 않다. 어렵사리 취업의 허들을 넘었다 해도 결혼이라는 두번째 장벽을 넘는다는 건 더욱 지난하다. 결혼하지 않겠다, 어떻게 결혼을 하느냐는 그들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집을 구하고 배우자를 맞아 가정을 꾸렸다는 젊은이를 보면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다. 결혼을 했다해도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두렵다고 한다. 맞벌이해야 겨우 생활이 되는데 아이를 낳고 맡기고 기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지난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9월 출생아는 2만6100명이라고 한다. 출생아 수는 월별 통계집계가 시작된 1981년 이후 역대 최소이며 2016년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30개월 연속으로 최저기록을 경신했다.

불과 수십년 전 ‘인구증가’를 걱정해 산아제한을 강제하다시피했던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에서 아이 울음소리를 가장 듣기 어려운 나라로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까지 출산율을 높여보고자 가진 애를 썼고, 수십조를 쏟아부었지만 변한 건 없다. 이 나라에서는 도무지 아이를 낳아 키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한유총 사태’는 기름을 부었고, 한부모 지원 예산삭감은 불을 붙였다. 울고 싶은 사람 뺨을 때렸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여성가족부의 한부모 시설 지원예산 61억원을 감액해야한다는 제1야당 의원의 발언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나라살림을 걱정하는 그만의 혜안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전액 삭감하려는 61억이 누구에게 쓰이는지 한번이라도 고민해봤는지 묻고 싶다. 혼자 아이를 키워야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작은 울타리’였다. 그는 그의 지역구 도로확충등을 위해 61억의 13배에 달하는 예산을 확보했다고 지역구민들에게 자화자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더 큰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사과는 했다지만, 과연 이 나라의 어렵고 약한 이들을 위해 쓰일 예산이 이렇게 간단하게 사라지는 국회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국회의원은 표심을 잡아야 살아남으니까. 하지만 동냥은 안줘도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다. 사회적 약자를 돕지는 못할 망정 그들의 고통을 배가시키지는 말았으면 한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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