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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종원은 ‘선’을 넘었을까, 안넘었을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백종원은 ‘선’을 넘고 있는 것일까? 안넘었을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이 홍탁집 아들에게 엄격하게 대하는 건 월권이라는 해석이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백종원이 가게 노하우나 메뉴 관리에 대해서만 조언해야지, 예능패널로서 일반인의 품성 개조에 나서는 것은 확실하게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나는 백종원이 ‘선’을 넘어선 것 같지는 않다. 그 ‘선’은 물리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백종원이 홍탁집 아들 권상훈 씨를 강하게 몰아붙일 때는 시청자로서 안쓰럽기는 하지만 그걸로 ‘선’을 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백종원이 레시피와 가게 운영만 알려주면 된다는 말이 일리가 있기는 하다. 홍탁집 아들의 아버지도 아닌 그가 다 큰 성인에게 계속 질타하는 게 ‘오버’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홍탁집 아들이 장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있다. 근면, 성실, 부지런함이다. 말만 “하겠습니다”라고 해놓고 작심삼일이 될까봐 걱정되는 것이다. 기능적인 솔루션에 바로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마치 유격훈련을 실시하듯 세게 가르친다.

그렇게 보면 백종원의 홍탁집 아들에 대한 솔루션은 사람 만들기와 장사 만들기가 모두 포함돼 있다. 전자가 안되면 후자를 가르쳐봐야 소용없다. 맛을 제대로 낸 닭볶음탕을 빨리 내놓는 것은 그 후의 과제다. 둘을 따로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백종원이 홍탁집 아들에게 “내가 왜 이러는지 아냐. 원래 대로 돌아갈까봐 그런다”고 한 말은 충분히 이해된다. 

나는 오히려 백종원이 필요에 따라 ‘선’을 좀 더 넘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백종원이 홍탁집 아들에게 하고 있는 솔루션은 '월권'도 아니고 '오버'도 아닌 '진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진심은 상당 부분 고생하고 있는 홍탁집 어머니에게로 향해있다. 또한 그 진심은 시청자에게도 통했다.

중요한 것은 시청자들이 어디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느냐다. 백종원이 ‘선’을 넘었다면 백종원을 보기 싫어지거나 보는 게 불편해진다. 하지만 실상은 정 반대다. 홍탁집 아들에게 화를 내는 백종원을 보는 게 조금도 불편하지가 않다. 고생하시는 홍탁집 어머니때문에 그 아들을 놓을 수 없다는 백종원에게 감정이입된 시청자들은 백종원이 그 아들을 엄격하게 꾸짖어서라도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

‘믹스나인’에서 양현석도 참가자에게 심한 말을 했다. 춤을 선보인 남자 지원자에게 “4년동안 뭐했어”라고 했고, 28살 걸그룹 지원자에게 “은퇴할 나이다, 지금까지 뭐했냐. 돌아갈 데가 없어”라고 지적했다.

양현석이 지원자에게 강한 자극을 줘, 좀 더 열심히 하라는 ‘애정’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시청자는 그런 양현석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시청자는 오히려 지원자와 그들의 가족이 받을 상처가 우려됐다. 그게 ‘믹스나인’이 실패한 한 원인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홍탁집 아들 케이스는 막장드라마 소비 패턴과 유사한 면이 있다. 자극이 강할수록 시청률이 올라간다. 백종원이 그 아들을 강하게 혼낼 때 지금까지의 최고시청률(8.9%)을 경신했다.

그래서 그 과정이 주는 자극과 불편함을 극적으로 보여줘 시청자들이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방송의 욕망(문화평론가 정덕현의 해석)이 개입할 여지는 있다. 

어머니가 받으실 상처를 생각해 그 아들을 진심으로 변화시키고 말겠다는 백종원과 지금까지는 대충했지만 백종원의 과한 질책에 해보려고 하는데도 잘안되는 홍탁집 아들, 이번에는 아들이 제대로 식당일을 할 수 있길 바라는 어머니 모두 진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방송이 그들의 진심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겠지만, 각별히 유의해야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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