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공모제와 정치…그 아찔한 상관관계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국내외 네트워크, 국내 전시이력, 공공성, 리더십, 업무추진력 등을 체크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차기 관장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 기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가 내놓은 답이다. 한 해 예산 700억원을 집행하며, 청주관 오픈으로 규모면에선 영국 테이트 미술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미술관의 수장 인선을 놓고 상급기관의 평가 기준이라는 게 ‘일반적’이라는 대목에서 다소 무성의함마저 느껴진다.

역대 첫 국립현대미술관 외국인 수장을 3년 만에 고국으로 돌려 세우고 난 후, 문체부는 차기 관장 후보에 대한 여론을 떠보기라도 하듯 서류 접수 과정부터 최종 후보자 3인에 대한 기사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미술계는 술렁인다. 벌써부터 “이미 내정자는 있다” “00후보 뒤에는 정치인 00가 있다” “결국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 는 말이 흘러나온다.

물론 이런말은 모든 공모에서 나오지만, 심사 위원중 과반이 특정 후보자에 ‘점수 몰아주기’를 했다는 이야기에 의구심이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제 국립현대미술관을 이끌 관장의 자격을 논하는 건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자격에 적합한지 부적합한지를 따지는 것보다 누구의 정치력이 더 클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차기 관장예측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권력에서 자유로운 예술이란 건 허상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국가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기에 둘의 관계는 필연이자 태생적 한계다. 그러나 권력이 과하게 예술을 건드리기 시작하면 그것이 블랙리스트고 또 화이트리스트가 된다. 어느 쪽에도,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최첨단 자본이 달려드는 미술시장에서, 미술관의 중요 플레이어가 돼버린지 오래다. 그렇기에 자율성과 독립이라는 허상을 좇는 노력은 계속 해야한다. 해외에선 미술관을 재단으로 독립시키고, 관장에 오랜 임기를 보장해 주면서도 이사회에 의결권을 부여해 견제하기도 한다. 또 다른 곳에선 관장의 짧은 임기가 끝날때 마다 냉정한 평가를 거쳐 연임여부를 결정한다.

부실한 공모제의 한계에 대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정형민 전 관장의 사퇴이후 공모 절차가 진행됐을 때도 똑같은 비판이 나왔다. 미술계는 새로운 인물을 간절히 원하지만, 현재의 공모제 안에선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올해 지원한 16명 중 상당수가 이전에도 지원했던 인사들이라는게 그 증거다. 기관에서의 경력, 굵직한 국가 행사 경력 등 이른바 ‘스펙’의 장벽이 높아 지원 가능한 풀이 적다. 한 국립현대미술관 자문은 “(관장 공모)재수ㆍ삼수생들이 많다. 비슷비슷한 사람이 지원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임을 증명하는 것”라며 “국현의 중요도를 감안해 관장도 차관급으로 높이고 임기제도 없애야한다”고 말했다.

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