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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시부진에도 전망밝다? ‘장밋빛 보고서’ 주의보
KDI·월가 등에선 잇따라 경고음 발신
“차기년도 긍정보고서는 ‘암묵적인 룰’”
작년말 ‘2018 코스피지수 3000’ 전망
긍정 요소 강조…보수적 해석 바람직


지지부진한 증시와는 상반된 ‘장밋빛 전망’을 담은 증권사 보고서가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년 연말 연초 보고서가 긍정적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이를 다소 보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직면한 무역전쟁과 장단기 채권 금리차 역전우려에도 불구, 내년 한국경제와 증시 전망이 밝다는 보고서가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은 화웨이 사태와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신호’라기보다 ‘소음’에 가깝다는 분석을 냈다. 서정훈 연구원은 “화웨이 사건은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신경전 정도로 여겨도 무리가 없으며, 기존 낙폭이 컸던 민감주와 성장주의 반등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신증권은 미국 장단기 금리역전이 시기상조이며, 내년에는 선진국 대비 코스피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경민 연구원은 “미국 채권시장의 장단기 금리 역전에 따른 단기 경기침체 우려는 과도하다”면서 “10월 쇼크를 통해 신흥국 증시와 코스피는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을 상당부분 반영했다. 달러 강세 속도 완화, 미중 무역분쟁 휴지기 진입 등이 신흥국 매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현재 증시가 이같은 장밋빛 전망과는 딴판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는 지난 10월 폭락장 이후 이렇다할 반등시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달에도 미중 정상회담발 훈풍은 단 하루에 그쳤으며, 이후 낙폭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경제고통지수는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으며, 이를 반영하듯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도 잿빛으로 변하고 있다. KDI는 ‘경제동향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완만해지면서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KDI는 8월까지 경기 상황에 대해 ‘완만한 개선 추세’라고 판단했지만 9월부터 ‘개선’ 표현이 사라졌다. 이어 11월에는 “전반적인 경기가 다소 둔화된 상황에 있다”며 경기 둔화를 공식화했고, 이달에는 ‘다소’라는 표현을 빼며 경기 둔화를 더 강조했다.

미국 월가의 상황도 좋지 않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공포지수)가 40여일 동안 15를 상회하면서 맨디 수 크레디트스위스 파생상품전략가는 “이번 매도세는 지난 10월과는 다르다”며 “투자자들이 더이상 일시적 조정으로 보지 않고 거시적인 위험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매년 증권가의 연말 보고서가 긍정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소 보수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07년 금융위기 직전 증시하락을 예측했던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전무는 “연말이 되면 의례적으로 ‘내년에는 좋다’는 보고서를 낸다”며 “명시적인 압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리서치센터의 묵시적인 룰처럼 굳어있다.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긍정적 요소를 강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가 입장에서는 연말연초 분위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그래야 추천주도 지목할 수 있다”며 “연초 올해 코스피 3000 돌파 전망까지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내년 전망 역시 다소 보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호 기자/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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