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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이 체감 못하는 3만 달러 시대 - 박상근(세무회계사무소 대표)
2006년 이후 11년째 2만 달러에 머물던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올해 3만 달러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7%대 성장이 유력한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이후에도 예상과 달리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획재정부ㆍ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민소득은 2만9745달러였다. 올해 성장률과 원/달러 환율을 감안할 때 이 지표가 3만100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두 기관의 분석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으로 간주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23개국 밖에 없다.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국가 가운데 소득 3만 달러 이상인 국가를 뜻하는 ‘30-50 클럽’에 일곱 번째로 가입하게 된다. 한때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민, 특히 중산서민층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실감하지 못한다. 우리 경제는 올 3/4분기 성장의 대부분을 수출이 차지할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높다. 그것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성장의 혜택이 일부 대기업과 수출연관 산업 및 그 종사자들에 집중돼 있다. 특히 외환위기(IMF)를 거치면서 사상 최대인 1514조원(9월말 기준)의 빚더미를 지고 있는 가계는 원리금 상환, 높은 주거비, 사교육비 등으로 팍팍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는가? 한국은 상위 10%가 부동산 등 전체 자산의 66%를 차지하고, 하위 50%가 보유한 자산은 고작 1.6%에 불과하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0%가까이 가져간다. 부와 소득이 대기업과 부자에게 집중돼 있고 성장 과실의 ‘낙수효과’마저 거의 끊겼다. 중산층이 13년 치 연봉을 다 모아도 서울의 중위가격 아파트를 사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일자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급감했고, ‘빈부격차’는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와도 중산서민층과 중소기업이 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는 지속 성장과 함께 가계 소득과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불평등을 줄이고 양극화의 간극을 좁혀 나가야 한다. 이것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유지하는 관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90년대 초반 7%에서 현재 2%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강성 노조로 인해 노동유연성은 세계 꼴찌 수준이고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50% 정도다. 국내외 기업은 한국 투자를 줄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은 장기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가로 막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한국경제가 넘어야 할 장애물로 꼽는다.

세계 각국이 노동개혁과 규제완화로 투자를 이끌어 내 성장과 일자리를 일궈내는 데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 빠르게 산업지형이 바뀌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노사 대립으로 허송세월하면 다 같이 낙오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노용유연성과 함께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은 고용 안정과 함께 공정한 임금을 보장하는 ‘포용적 성장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어렵게 출범한 ‘경사노위’에서 노사가 함께 성공의 길로 가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과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 같은 노사대타협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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