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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좌석 안전벨트 2주일①]“입석인데 안전띠는 무슨” 위험한 광역버스…열에 여덟은 ‘미착용’
-버스ㆍ택시 등 나몰라라…사전 고지땐 과태료 열외
-기사들 “벨트 안맨다는 승객 많아…확인도 어려워”
-버스 ‘안전띠 착용’ 방송해도 승객들은 꼼짝못해


[입석으로 광역버스에 탑승한 승객들. 좌석에 앉아서 갈 수도 없는 처지에 안전벨트는 언감생심이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안전띠를 착용하라 말한다고 승객들이 고분고분 듣나요?” “말 해도 안 들으니 ‘사전고지’ 증거 남길 방법만 궁리합니다.”

일반차량 및 사업용 차량 전 좌석의 안전띠 미착용 단속이 이달 1일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광범위한 적용범위에 비해 강제력은 낮아 안전띠 전면의무화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시나 버스에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아 단속에 걸리더라도, 기사와 승객이 ‘운전기사가 고지했는데 매지 않은 것’이라고 말만 맞추면 과태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고속도로와 시내도로 등 모든 도로에서 차량 전 좌석의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됐다. 만약 승객이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과태료 3만원을 운전자가 내야한다. 안전띠 미착용 동승자가 13세 미만 아동이면 과태료는 6만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과태료 예외조항 탓에 단속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기사가 승객에게 안전벨트 착용 안내를 했는데도 승객이 매지 않은 경우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어서다.

12일 만난 몇몇 운전기사들은 이달 시작된 본격적인 단속에 발맞춰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네비게이션 안내멘트가 나오도록 설정하는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었다. 기사가 승객에게 직접 안내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인 것은 알지만, 혹시나 단속에 걸렸을 때 ‘사전에 고지 했다’는 알리바이를 세우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택시기사 황모(52) 씨는 “단속에 걸려도 안전띠 매라고 안내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과태료를 안 문다”며 “음성 메시지를 활용하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차피 말해도 안 듣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대다수 승객이 안전벨트를 하지 않는 광역버스 풍경.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버스 운전기사들 사이에서는 손님이 벨트를 매지 않더라도 과태료 책임은 기사가 지도록 만든 조항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손님들은 책임질게 없으니 끝까지 ‘벨트 안 매겠다’며 버티는 경우도 여전하는 지적이다.

광역버스 기사 A모(58) 씨는 그는 “손님들이 과태료에서 자유로우니 예전처럼 안전띠 안 매도 그만이다”라며 “법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매번 손님들에게 안전벨트를 착용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못 들었다’며 배째라는 승객만 없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몇몇 승객들은 본인이 과태료를 내야하는 상황으로 착각해서 ‘기사가 알려주지 않아 몰랐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그럴 경우엔 기사만 덤터기 쓰는 것”이라고 하소연도 했다.

광역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승객들 역시 이같은 실상에 공감했다. 버스 기사가 수시로 안전벨트를 착용하라고 소리치거나 안내를 방송을 틀지만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광역버스를 탈 때 항상 안전벨트를 착용해왔다는 강모(42) 씨는 “안전은 승객 본인이 지켜야 하는데 출퇴근길 버스에서 안전벨트를 하고 있는 승객은 10명 중 2~3명 정도에 불과하다”라며 “기사님이 안전벨트를 매라는 방송을 해도 움직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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