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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셀프개혁’ 한계 드러낸 김명수 대법원…공은 국회로
-외부 인사 참여 사법행정회의는 의결기구로, ‘주요 현안’만 다뤄
-신설 ‘법원사무처’가 기존 법원행정처 역할… 권한 남용 소지는 그대로


김명수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법원도서관 이전 개관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업무를 재판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법원사무처장을 임명하고, 사무처가 사법행정 업무를 주도하는 구조는 기존과 큰 틀에서 다를 게 없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원·법조개혁소위원회(사법개혁 특별위원회)는 13일 전날 대법원이 제출한 법원조직법 개정 의견을 검토한다. 대법원이 내놓은 안에 따르면 법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는 법률에서 정한 중요 사무를 심의, 의결한다. 통상적인 행정업무를 집행하는 기관은 법원사무처로 정했다. ‘중요 사항 의결 기구(사법행정회의)’와 ‘사법행정업무 집행기관(법원사무처)’로 이원화한 셈이다. 대법원은 “하나의 사법행정주체가 권한을 독점하지 않도록 의사결정기능과 집행기능을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법행정회의는 상근조직이 아니라 개별 현안에 따라 소집되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11명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판사가 5명이고 법원사무처장도 위원이 된다. 법원 밖의 ‘외부 위원’은 4명 뿐이다.

사법행정 실 권한을 행사할 법원사무처장은 대법관회의 동의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을 맡는 지금과 달리 사무처장은 비법관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전례를 따져보면 큰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회의가 사실상 대법원장의 의중을 거스를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현재 법원행정처장도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

사무처장을 법관이 아닌 인사로 임명한다는 부분도 전례를 비춰보면 큰 실효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인 2005년에도 ‘대법관이 사법행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법원행정처장을 판사 중에서 임명했다. 그 결과 장윤기 창원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장에 발탁됐지만,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에는 큰 변함이 없었고 다시 대법관이 처장을 맡는 방식으로 회귀했다. 신설되는 법원사무처장은 법관이 아닌 인사를 앉히도록 돼 있지만, 퇴직한 고위 법관 출신 법조인을 임명해 대법원장-사무처장-사무처 실무자로 이어지는 조직 체계는 고스란히 유지될 수 있다.

대법원은 사무처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사법행정회의에 부여했다. 재적위원 1/2 이상이 발의하고, 2/3 이상 찬성으로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뒀다. 하지만 실제 행정업무 집행을 사무처가 맡기 때문에 적절하게 권한이 행사되고 있는지 사법행정회의가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11명 중 외부 위원이 4명 뿐이어서 해임권이 행사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대법원은 이밖에 법원행정처 차장을 사법행정회의 동의를 거쳐 임명하고, 전국법원장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법률 기구로 격상하는 안을 내놓았다. 재판사무와 비서업무, 의전 등 기능도 법원행정처에서 분리해 신설하는 ‘대법원 사무국’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세웠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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