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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신공] 가치부전(假痴不癲) 하라!
‘건설 현장에서 설비를 담당하는 팀장입니다. 계약직이다 보니 소장이 거의 백 프로 제 명줄을 쥐고 있습니다. 제 밑에 팀원이 네 명인데 이 양반이 제가 실수라도 하면 ‘머리에 똥만 들었다’ 같은 말로 인간적인 모욕을 주는 건 다반사이고 지난번 자기 어머니 칠순에도 교묘하게 분위기를 조성해서 팀원들이 40만 원을 모아서 내도록 했습니다. 제가 반대했으나 실패했습니다. 12월 말이 계약 만료인데 재계약을 안 할 것처럼 말합니다. 여기를 그만두면 정말 갈 곳이 없는데, 이런 부당함을 관계 기관에 호소해도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버스를 탔는데, 자리에 앉은 젊은이가 빤히 쳐다만 보면서 일어서지 않았다. 그 광경을 본 한 아저씨가 ‘이런 후레자식이 있나?’ 하며 젊은이의 뺨을 냅다 후려갈겼다. 소동이 벌어지고 경찰이 왔다. 누가 벌을 받았을까? 당연히 아저씨다. 소장이 도덕과 법의 경계를 교묘히 이용하기 때문에 관계 기관도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다. 칠순에 40만 원 낸 것도 그렇다. ‘난 내라고 강요한 적 없다. 정성으로 낸 줄 알고 받았는데 억울하다면 그런 돈은 필요 없다. 도로 가져가라!’ 소장이 이러면 할 말 없다. 이분의 가장 큰 문제는 패를 까놓고 카드를 친다는 것이다. 소장은 이분이 부조금 거두는 데 반대한 것과 관계 당국에 전화한 것은 물론 다른 데 갈 곳이 없다는 것까지도 다 알고 있을 텐데, 족족 읽히고 있으니 백전백패다.

갈 곳이 없는데 잘릴 위기에 처한 설비 팀장이여!! 살아남아야만 한다면 어리석은 척하라! 대책 없이 대들지 말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서 ‘소장님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하라. 그래도 안 받아 주면 어떡하느냐고? 아니다. 백 프로 받아 준다. ‘자르겠다’가 아니라 ‘자를지도 모른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팀원은 말을 듣는데 팀장이 매사 거슬거슬하니 얼마나 속이 끓겠는가? 내 한계를 알았다는 듯이 접고 들어가면 못 이기는 척 받아 줄 것이다. 일단 살아남은 후에 차후 일을 생각하고 준비하라. 바둑에서도 我生然後殺打라 하지 않는가. 정말 교묘하게 나쁜 짓을 하는 인간을 상대하려면 나를 숨길 줄 알아야 한다. 고로 假痴不癲하라!

김용전(작가 겸 커리어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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