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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량진 구시장 강제집행 연기됐지만…상인-용역직원 ‘극렬한 몸싸움’ 번져
“주차장에서 싸움 났대! 긴급긴급.” 강제집행(명도집행)이 취소된 13일 오전 7시10분께 서울 구노량진수산시장 입구에서 집회를 준비하던 상인들은 일제히 주차장 근처로 뛰어갔다. 주차장은 아수라장이었다. 남칠우(68) 사장은 터진 입술을 부여잡고 주저 앉아있었다. 그는 “수협이 고용한 용역들한테 맞아서 왼쪽 손이 안 움직여진다”고 말했다. 주차장은 부서진 파란색 의자와 쓰레기들이 뒹굴고 있었다.

이날은 수협에서 구시장을 상대로 5번째 강제집행을 시도하기로 예정됐지만 갑자기 연기됐다. 상인들은 강제집행에 저항해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

싸움은 순식간에 이를 말리던 상인과 용역업체 직원들로 번졌다. 수십명의 상인들은 용업 직원들에게 “왜 때리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용업 업체 직원들은 “당신들이 먼저 때리지 않았느냐”고 고함쳤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수십명이 뒤엉켜 주먹질과 발길질이 오갔다. 최초의 싸움을 목격했다는 임모 씨는 “용역업체와 실랑이가 있었는데 순식간에 의자를 집어 던졌고 남 사장이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경찰이 출동했다. 7시 45분께 인근 경찰이 출동해 남 씨와 용업업체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둘은 서로 “먼저 때렸다”고 주장했다. 몇 분뒤 119 구급차가 남 씨를 실어갔다. 남은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분노와 억울함을 토해냈다. 상인 이모(57) 씨는 “용업 업체가 계속 폭력을 행사하는데 수협은 뒷짐만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수협 측은 “방금 소식을 들어서 전후사정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용역업체와 상인간의 갈등은 꽤 오래된 일이었다. 상인들은 수협직원들과 용역들이 신시장으로 옮긴 상인들로 인해 생긴 구시장 내 빈 자리를 관리한다는 ‘공실 관리’를 명분으로 상인들의 영업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상인 조모(44) 씨는 “쓰레기를 치우라고 하면서 쓰레기를 통로에 집어던지고 오히려 더 더럽혔다”면서 “말이 공실 관리지, 더이상 장사를 하지 말라는 압박이었다”고 말했다. 몸싸움 도중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상인들도 다수 있었다. 지난 11일 상인 강모(55) 씨는 수협직원, 용역업체 직원과 싸움 중 폭행을 당해 치아가 부러져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싸움 도중 바닥에 엎어졌는데 직원들이 얼굴을 밟아 병원에서 스물다섯바늘을 꿰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수협은 시장 현대화 사업에 따라 기존 구시장 건물 옆에 신시장을 짓고 상인들을 이전시켰다. 현재 전체 상인 654명 가운데 41%인 270여명이 구시장에 남아 있다. 이곳에서 30여년간 장사를 했다는 윤모(67) 씨는 “애초의 수협이 제시한 것과 달리 임대료 등이 2.5배 가까이 비싸다. 신시장에 내야 하는 총 부대비용이 110~150만원이고 구시장에서는 70만원이다. 2층 복층으로 만들어져 장사하기 훨씬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를 둘러싼 수협과 구시장 상인들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상인들은 수협에 대항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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