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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카슈끄지가 세계를 움직인다’…예멘은 ‘휴전’, 사우디 빈살만ㆍ증시 ‘곤경‘
카슈끄지 피살로 사우디 왕세자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 여론
미 상원, 사우디에 대한 미국 전쟁 지원 중단 결의안 통과
사우디 개입 예멘 내전, 호데이다 지역 휴전 협정 체결
나쁜 뉴스 터지면 사우디 정부 대규모 주식 매입 전전긍긍 

터키 이스탄불에 자말 카슈끄지 피살에 항의하는 뜻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AP연합뉴스]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두 달 전 억울하게 살해된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국제 사회의 여론을 움직이며 금세기 최악의 참사를 보여준 예멘 내전을 평화로 이끌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왕실 비호를 뚫고 사우디에 대한 전쟁 지원을 중단하라는 미국 상원의 결의안도 이끌어 냈다. 계몽 군주로 인식되던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자혹한 독재자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으며, 도덕성을 회복해야 하는 사우디로서는 전전긍긍하며 주가 부양에 나서고 있다. 그의 몸은 고문 끝에 참수당했지만, 그의 영혼은 여전히 세계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예멘 정부군과 반군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면서 내전 사망자의 37%가 집중된 항구도시 호데이다에서 전쟁을 멈추고 휴전하는 것에 합의했다.

유엔의 중재에 따라 이뤄진 이번 협상으로 예멘 정부군과 반군은 1만5000명의 포로 교환과 함께 21일 안에 호데이다 지역에서 모든 전투 부대를 철수하기로 했다.

이번 협상은 카슈끄지 살해로 사우디 왕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사우디가 지원하고 있는 예멘 내전을 끝내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지난 2015년 3월 내전 발생한 이래 예멘에는 1만명의 사망자와 27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협상을 중재한 마틴 그리피스 예멘 파견 유엔 대사는 “모처럼 되살아난 국제적 관심과 동력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NYT는 이번 휴전 협상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이뤄진 것으로 평화에 대한 희미한 희망은 주고 있지만, 전쟁의 종식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국제 위기 그룹의 예멘 전문가인 피터 살리스버리는 트위터를 통해 “이제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가 결의안을 통해 휴전협정을 확정할 때가 되었다”며, 국제 사회의 더 많은 관심을 촉구했다.

카슈끄지의 죽음은 미국 상원도 움직였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은 카슈끄지 피살 사건과 관련해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결의안과 함께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전쟁 지원 중단 권고 결의안을 채택했다.

카슈끄지 피살과 관련해 빈 살만 왕세자가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미 중앙정보부(CIA)의 결론에 이어 미 상원도 만장일치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AP통신은 예멘 내전과 관련한 사우디 지원 중단 권고 결의안은 빈 살만 왕세자와 백악관에 대한 실망감이 커 공화당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앞서 독일은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사우디에 무기 판매를 전면 중단했으며, 프랑스는 암살 용의자 18명에 대해 유럽 여행을 금지시키는 등 사우디의 카슈끄지 피살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에 동참했다.

카슈끄지는 자신의 죽음과 함께 사우디 왕실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으며, 사우디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 피살과 같은 나쁜 소식 뒤에는 엄청난 자금을 주식시장에 쏟아붙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가 주식 시장에 악재가 터졌을 때마다 장이 끝나기 몇분 전에 엄청난 매수 주문을 내며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사우디 증시는 빈 살만 왕세자의 경제 개혁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사우디 증시(타다울)는 내년에 FTSE 러셀, MSCI 글로벌 이머징 마켓 지수 포함을 앞두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사우디 정부의 증시 개입이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카슈끄지 피살 사건과 같은 나쁜 뉴스가 발생한 뒤에 주식을 대량 매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실제로 10월 2일 카슈끄지 피살 사건이 발생한 뒤 타다울 지수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으며, 사우디의 카슈끄지 피살 의혹 속에 10일과 11일 사이에 5%나 하락했기도 했다. 이후 사우디 정부는 대량 주식 매입에 나서며 주가 지수 방어에 나섰는데, 10월 22일에는 타다울 지수가 2%나 하락한 상황에서 장 마감 40분 전에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지수를 3%나 끌어올리기도 했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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