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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단폭행” vs “쌍방 다툼”…노량진 구시장 ‘폭력사태’ 진상조사단 구성
수산시장 현대화사업 충돌 격화
“더 피해 없도록 빨리 해결해야”

“아무리 법을 어겼어도 이렇게 막 때려도 되는 겁니까?”

13일 오전 서울 노량진 구시장에서 만난 이모(60) 씨가 휴대폰에서 자신의 사진을 꺼내며 한숨을 쉬었다. 사진 속 이 씨는 얼굴이 심하게 부은 상태로 멍한 표정으로 주저 앉아있었다. 그는 지난 5일부터 3일간 수협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전신에 타박상을 입어 5일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이씨는 “신시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근처에 갔다가 수협직원과 용역업체 직원 17여명이 갑자기 달려들었다”면서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얼굴, 몸 등을 100대를 맞았고 바로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날은 수협이 상인들이 점유 중인 자리와 부대ㆍ편의 시설을 대상으로 5번째 명도 강제집행을 할 예정이었다. 채권자인 수협과 집행자인 법원은 전날 협의를 거쳐 강제집행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강제집행이 연기됐지만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뒤숭숭했다. 점심시간 무렵 오전에 주차장에서 용역업체 직원과 싸우다가 구급차에 실려갔던 남칠우(67) 씨가 왼쪽 팔에 깁스를 하고 등장했다. 상인들은 우르르 몰려가 남 씨 얼굴을 구석구석 살폈다. 남 씨는 “오전에 용역 직원들이 차에 불법주차 딱지를 붙이길래 ‘왜 붙이느냐’고 따졌더니 갑자기 플라스틱 물병으로 정수리를 때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협 측은 반대로 남 씨가 먼저 뺨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수협 관계자는 “남 씨가 먼저 용역업체 직원을 때리는 등 원인을 제공했다. 그래서 해당 직원이 막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구시장 상인들은 “수협과 용역들과의 싸움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엔 수협직원과 용역업체들이 상인들을 끌고가 집단 폭행을 하는 일도 생겼다고 했다. 구시장 상인 나모(52) 씨는 “이제는 상인 한 명을 끌고 간 뒤 가두리처럼 막은 뒤 때린다. 나도 며칠 전에 끌려가 맞았다”면서 상처를 보여줬다.

수협 측이 고용한 용역업체들은 구시장 강제집행에 사용할 포크레인과 신시장으로 옮긴 상인들로 인해 생긴 구시장 내 빈자리를 관리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시장 인근에 상주했고 신시장 이전을 거부하고 있는 구시장 사람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수협 측은 “상인들이 일방적으로 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지난 1일 수협 노량진수산시장(주) 소속 현대화 사업팀장이 구시장 폐쇄 작업에 투입된 굴착기 수리 작업중 구시장 불법점유 상인 측이 폭력을 휘둘러 전치 6개월의 중상을 입었다. 수협 직원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량진 구시장 내 폭력이 계속되자 시민사회 단체가 나서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기도 했다. 민중공동행동, 민생경제연구소, 조계종 인권위원회, 동작 역사문화연구소, 한국기독교협희외 인권센터, 나라살림 경제연구소 등 6개 단체가 연대해 만들어진 위원회는 지난 11월부터 시장 상인들의 폭행, 성희롱 등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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