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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 옥죄는 속옷은 그만”…‘노와이어 브라’ 열풍
-“있는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다”…‘자기 몸 긍정주의’ 확산
-완벽한 8등신 모델 대신 자연스러운 일반인 모델 내세워
-불편한 보정 속옷 대신 브라렛 등 편안한 속옷 인기 

완벽한 8등신 모델 대신 평범한 일반인 모델을 내세우는 미국 속옷 브랜드 ‘에어리’. 사진은 브라렛을 착용한 에어리의 모델들. [사진=에어리 공식 홈페이지]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당신을 바꾸지 마세요. 당신의 브래지어를 바꾸세요”.

미국 속옷 브랜드 ‘에어리(Aerie)’의 광고에는 관능적인 8등신 모델이 등장하지 않는다. 허리가 잘록하고 가슴이 풍만한 기존 모델 대신 ‘사회적 미(美)의 기준’과 거리가 먼 다양한 체형과 인종의 일반인 모델을 내세운다. 모델의 몸을 포토샵으로 보정해오던 관행도 따르지 않는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은 없으며, 있는 그대로의 몸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에어리는 그래서 몸이 아닌 속옷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적으로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가 확산되면서 속옷 트렌드에 변화가 생겼다. 단단한 와이어(철사)로 가슴을 옥죄던 기존 푸시 업 브라 대신 편안한 착용감을 강조한 노와이어 브라(와이어가 없는 브래지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에어리의 연 매출은 20%가량 증가했지만, 섹시한 속옷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던 미국 대표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실적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도 편안함을 우선시하는 속옷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2월 초까지 노와이어 브라, 스포츠 브라의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94%, 25% 증가했다. 속옷 브랜드 비비안은 올해 1~11월 노와이어 브라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20% 증가했다고 했다. 특히 노와이어 브라에 속하는 브라렛(홑겹 원단으로 만든 브래지어)의 판매량이 120% 뛰었다.

강지영 남영비비안 디자인실 팀장은 “1990년대에 노와이어 브라인 다기능 브라가 중년 여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적 있으나,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브라렛이 디자인ㆍ실용성 측면에서 훨씬 다양하다”며 “속옷의 착용감을 중요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비비안도 관련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비비안의 노와이어 신제품 출시 상품 수는 전년에 비해 25% 증가했다.

속옷 브랜드 BYC의 기능성 브래지어 제품(노와이어ㆍ매쉬 소재 등) 매출도 전년과 비교해 25% 신장했다. BYC 관계자는 “최근 브라렛을 찾는 소비자층이 전 연령대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수요를 반영해 BYC의 란제리 브랜드 르송도 내년 초 브라렛을 출시해 관련 상품군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속옷 편집 매장 엘라코닉은 매대의 90% 이상을 노와이어 브라로 채웠다. 지난해 8월 처음 문을 연 엘라코닉은 1년 만에 매출이 5배 늘었다. 특히 100% 노와이어 브라만 출시하는 엘라코닉의 PB 브랜드 ‘언컷’이 엘라코닉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한다.

송지은 신세계백화점 콘텐츠 개발팀 과장은 “최근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자기 몸 긍정주의와 ‘탈코르셋’(코르셋처럼 사회가 요구하는 아룸다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운동) 바람이 일고 있다”며 “이에 따라 속옷 브랜드도 완벽한 몸이 아닌 자연스러운 몸을 드러낼 수 있는 모델을 선호하고 있으며, 기능성과 착용감을 강조한 편안한 속옷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고 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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