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족냉증인줄 알았는데…피부괴사 ‘레이노증후군’이라니…

겨울에 갑자기 추위에 노출됐을 때 손가락 또는 발가락 끝이 하얗게 변했다가 파랗게 바뀐 뒤 다시 원래의 붉은색으로 돌아오는 현상이 나타날 때가 있다. 이를 단순한 수족냉증으로 치부하기보다 레이노 증후군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겨울에 잘 나타나는 레이노 증후군은 방치하면 혈관이 막혀 살이 썩는 피부 괴사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레이노 증후군은 추위나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때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의 피부 색깔이 하얗게 변했다가, 곧이어 파랗게 변하고, 회복 단계에서 다시 원래 붉은색으로 돌아오는 현상이다.

실제로 환자는 겨울에 집중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환자가 가장 많은 달은 평균기온이 가장 낮은 1월(2265명)이었다. 이어 ▷2월(2255명) ▷12월(2216명) ▷3월(2164명) 등의 순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 약 38%, 여성 약 62%였다.

이에 대해 조진현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초경, 임신, 출산 등 호르몬 변화, 설거지, 빨래 등 찬물에 많이 노출되는 환경, 짧은 치마, 크롭티 등 하체를 차갑게 만드는 패션, 자궁, 난소 등 남성보다 내장 기관이 많아 내부 장기에 혈액이 몰리는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며 “남성보다 여성이 혈관이 가늘어 수족냉증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레이노 증후군은 원인 질환 유무에 따라 나뉜다. 박용범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레이노 증후군은 말초혈관의 이상 수축 반응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손가락이나 발가락 말단부의 혈류에 장애가 일어나 발생한다”며 “원인 질환이 없이 나타날 때 일차성 레이노 증후군, 원인 질환이 동반될 때 이차성 레이노 증후군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레이노 증후군의 원인 질환으로는 전신 경피증, 전신 홍반 루푸스, 쇼그렌 증후군, 염증성 근육염, 류마티스 관절염 등 류마티스 질환이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피부가 딱딱해지는 피부 경화증 환자의 경우 대부분 레이노 증후군 증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며 “동맥경화증, 동맥 폐쇄 질환, 폐동맥 고혈압, 신경 질환, 혈액 질환을 앓아도 레이노 증후군을 동반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레이노 증후군은 생활 방식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진동이 강한 전기톱이나 수동 착암기 같은 공구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가끔 발생한다”며 “피아니스트나 타이피스트에게도 레이노 증후군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이나 일부 약물도 유발인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레이노 증후군의 발생 기전은 혈관내피세포의 손상으로 혈관을 수축시킬 수 있는 염증성 물질이 분비돼 유발된다는 견해와 교감신경계의 항진으로 인해 혈관 수축이 일어난다는 견해가 있다”고 덧붙였다. 레이노 증후군은 일시적인 사지 말단의 허혈이 특징이다. 박 교수는 “추위에 노출되면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이 하얗게 변하는 허혈 증상이 나타나고, 곧이어 파랗게 변하고, 다시 붉은색으로 돌아오는 세 단계의 변화를 보인다”면서도 “이 같은 변화가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레이노 증후군은 병력 청취, 한랭 부하 검사, 혈액 검사 등으로 진단할 수 있다. 레이노 증후군 증상이 의심되면 전문의 진찰 등을 통해 원인 질환이 있는지 반드시 검사하고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증상이 가볍다면 생활 방식을 개선해 증상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피하고 금연은 필수다. 흡연은 혈관 수축을 유발시키는 강력한 위험인자이므로 직접이든 간접이든 피해야 한다.

항상 손, 발 뿐 아니라 몸 전체가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손끝에 통증이나 궤양이 생기면 전문의와 상의,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박 교수는 ”추위 노출 시 손, 발뿐 아니라 신체의 어느 한 부위가 노출돼도 반사 반응으로 손, 발에 혈관 수축이 올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각별히 신체의 보온에 유의하고, 찬물에 손을 담그거나 진동 자극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이어 “레이노 증후군이 심할 때에는 증상을 개선시키는 약물을 투여한다”며 “때로는 교감신경 절단술 등 수술적 치료를 요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도 “추위에 노출되는 경우에만 증상이 나타나 대수롭지 않게 사례가 많다”며 “증상이 심해지면 혈관이 막혀 살이 썩는 피부 괴사까지 일어날 수 있다. 가볍게 여기지 말고 치료는 물론 평소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