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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류성창 국민대 교육학과 교수]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한국교육은 누구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인가? 학업중단 관련 학교 컨설팅을 위해서 일선 학교를 방문해보면, 대체로 1/2에서 2/3가량의 고교생들은 학업을 정상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그저 학교에서 버티면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진단된다. 비단 학교 밖 청소년만 학업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학교 안에 있으면서 학업을 중단한 것과 마찬가지인 학생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진학 성적 혹은 명문대 진학실적을 올리는 데에 급급한 고교들을 감안하면 그런 실적에 따라서 고등학교의 수준을 거론하고 있는 한국의 교육문화를 고려하면, 대입과 멀어져 학업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과연 누가 돌봐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중도탈락율(drop-out rates)은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안에는 있지만 수업에서 탈락한 고교생의 규모를 감안하면, ‘학업 중도탈락율’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중도탈락율의 진정으로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인지는 비판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넘어가야 할 과제는 수 없이 많다. 한국교육의 흐름 상 다행인 것은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가 정상적으로 실행될 수만 있다면, 그리고 고등학생들 정규 교과에서 벗어나 다양한 진로적성에 부합하는 수업들을 선택할 수만 있다면, 지금과 같이 하루 종일 눈과 귀를 막고 마냥 앉아 버티기만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녀들의 학습활동에 활로를 찾아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고교학점제만 하더라도 다양한 수요에 따른 교ㆍ강사의 확보, 선택 쏠림 현상의 해결, 평가와 난이도 조절의 문제, 교사의 자율적 수업 운영능력 제고 등 해결해야 할 선결조건이 많다. 그리고 이런 정책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선택형 국가교육과정의 도입도 필요하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경우, 공통과목으로 분류되는 일종의 필수과목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어, 고등학교 1학년에서 많은 필수 과목을 수강한 후에야 그나마 폭이 좁은 선택을 하도록 돼 있다. 고교 교육과정상 학생 개인의 필요에 따라 완전한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없는 틀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의무교육이자 기초교육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공통교육과정 9년이 지난 시점에서, 기초필수 교과목을 여전히 지정해 고교생들의 학습 선택을 제한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점이 많다.

최근 진로 탐색과 관련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직업의 개수와 그 다양함에 놀란 적이 있다. 반면, ‘대학교 졸업 후 대기업 취직’과 같은 단순한 논리로 진로와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을 접하게 되면 그 안타까움을 금하기 어렵다. 폭 넓은 직업과 진로의 세계에 대해 우리 교육은 지나치게 좁은 길로만 학생들을 인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든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좁은 폭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숙한 고등학생들에게 여전히 기초와 필수를 요구하면서 자신들만의 성장에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없도록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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