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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핫이슈] “힘들어서…” 소주로 버티는 서민들
12월 편의점 소주매출 작년보다 ↑
가정용 페트병 판매도 증가일로
장기불황 등 영향…‘홈술’도 일조


#. 서울 영등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김모(51) 씨는 이번주부터 소주 발주량을 주당 3박스 더 늘렸다. 예년과 비슷한 물량을 들여놨는데도 지난 주말엔 재고가 바닥났던 탓이다. 그는 “별다른 안주 없이 소주만 두세 병씩 집어가시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12월 소주 매출이 작년보다 20% 이상 늘었다”고 했다.

19일 유통ㆍ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편의점 등에서 소주 판매량이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비해 눈에 띄게 늘고있는 추세다. 실제로 A편의점에서 11월 소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5%, 12월(1~17일) 매출은 13.8% 증가했다.

겨울 시즌이면 맥주 판매가 줄고 소주 소비량이 느는 것은 일반적이다. 다만 지난해 겨울과 비교해서도 매출이 뛰었기 때문에, 최근 소주 판매량 증가세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19면

소주는 불황형 소비품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편의점 기준 한 병당 1600원 수준으로 한 캔당 2500~3000원인 맥주 등에 비해 ‘가성비’가 좋다는 인식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화된 경기불황과 연말이 가까워지며 더 속도가 붙은 물가인상 등이 소주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 주류 소비량이 줄고 있는데 소주 판매량은 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주류 출고량(수입분 제외)은 2014년 380만8000㎘를 기록한 뒤 2015년 380만4000㎘, 2016년 368만㎘, 2017년 355만1000㎘로 지속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소주 국내소비량은 130만9000㎘로 2016년보다 약 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트렌드 정착 등 사회 분위기 변화도 눈여겨볼 만 하다. 회식은 줄었지만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소주 소비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가정용으로만 판매되는 페트병 제품 판매가 늘고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참이슬’ 전체 제품 중 페트(500㎖, 640㎖)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7.8% 2014년 9.4%, 2016년 10.2%로 매년 성장했으며 지난해에는 11.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워라밸 현상과 욜로 트렌드 등으로 홈술 뿐 아웃도어, 국내 및 해외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일반 용기에 비해 휴대가 편리하고 파손 위험이 덜한 소용량 페트 제품 선호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롯데주류도 홈술 트렌드 등으로 인해 소주 ‘처음처럼’ 판매량 증가세를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특별히 프로모션을 강화한 것이 없는데도 소주 출고량이 최근 늘었다”며 “특히 640㎖ 페트 제품이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대형마트에선 소주 매출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의 이달(12월1~17일) 소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8% 줄었다. 대신 와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 가량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주는 대형 할인점과 소형 점포 가격 차가 크지 않다보니 가까운 편의점 등에서 소량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대형마트 매출은 다소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혜미 기자/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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