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시인(詩人) 정약용…강진 백운동의 추억
[강진 백운동 원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서울 태생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본문은 322쪽인데, 강진이 맨앞 43쪽이나 차지한다. 대도시 구청을 뺀, 전국의 기초단체가 200개나 되는데 한 곳에 너무 몰아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홍준은 대놓고 강진을 ‘남도 답사 1번지’라고 했다.

임금바위가 포함된 석문산의 70형제봉 뾰족 석산은 중국 원가계의 축소판 같고 다산초당에서 백련사에 이르는 동백꽃 바스락길은 숲과 꽃, 바다풍경을 차례로 만나는 최고의 트레킹길이다.

흙이 좋아, 세계 최고 도자기 명품으로 꼽히는 고려청자의 80%를 빚어내는 곳이다. ‘돌담에 속삭이는’ 모란꽃의 영랑 생가의 정취와 마량 놀토수산시장(마량미항 토요음악회)의 먹거리+선율의 콜라보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강진 백운동 원림은 학자, 사상가, 과학자인 다산 정약용을 시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강진에서 500여권을 집필한 정통 학자 다산을 시인으로 만들다니….

[강진 바스락길]

정약용 유배길 4코스에 해당하는 백운동 정원은 다산이 벗이자 제자인 초의선사 등과 자주찾던 월출산의 제1경이다. 그 옆엔 강진다원 녹차밭이 산 아래 펼쳐져 있다.

원림을 꾸민 백운처사 이담로 선생은 사람이 드나들며 감상하는 정원이라도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 애썼다. 계곡물의 작은 줄기 하나가 마당에 흘러들었다가 다시 나가게 했고(유상곡수), 초가 주변 조경도 주변 수목과 조화를 이루도록 꾸몄다.

다산은 강진에서 유배 중이던 1812년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을 등반하고 백운동에 하룻밤을 유숙한 뒤 아름다운 경치에 반했다. 그리고는 동반자와 붓을 들었다. 벗 같은 제자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12곳의 아름다운 경승을 ‘경(景)’과 ‘영(詠)’으로 칭송하는 시로 썼다. 이를 합첩 제본한 것이 백운첩이다. 시인 다산의 시집이다.

이담로의 후손 이시헌은 선대의 문집과 행록, 전해져 오는 필묵을 묶어 연작시집 ‘백운세수첩(白雲世手帖)’을 남겼다. 그는 다산의 제자이기도 하다.

[강진 석문산 사랑플러스 다리]

다산이 정한 12경은 옥판봉(월출산 구정봉의 서남쪽 봉우리의 이름), 산다경(원림에 들어가는 동백나무 숲의 작은 길), 백매오(백그루의 매화나무가 있는 언덕), 홍옥폭(단풍나무 빛이 비친 폭포의 홍옥같은 물방울), 유상곡수(잔을 띄워 보낼 수 있는 아홉 굽이의 작은 물길), 창하벽(붉은색의 글자가 있는 푸른빛 절벽), 정유강(용 비늘처럼 생긴 붉은 소나무가 있는 언덕), 모란체(모란이 심어져 있는 돌계단의 화단), 취미선방(산허리에 있는 꾸밈없고 고즈넉한 작은 방), 풍단(단풍나무가 심어진 단), 정선대(신선이 머물렀다는 옥판봉이 보이는 정자), 운당원(늠름하게 하늘로 솟은 왕대나무 숲)이다.

문화재청은 강진군 성전면에 있는 백운동 원림(園林)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 뒤늦었지만, 다행이다.

이곳은 월출산 옥판봉의 남쪽 경사지 아래쪽에 위치하며, 백운동 원림 본가 백연당(白蓮堂, 강진군 성전면 금당리 275)에서 북쪽으로 약 11㎞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 고려 시대부터 이곳에 백운암(사)라는 사찰이 있었다고 전해지며, 계곡 옆에 ‘백운동(白雲洞)이라는 암각자가 새겨진 바위가 현재까지 남아있다. 유교적 덕목을 상징하는 소나무, 대나무, 연, 매화, 국화, 난초 등을 심어져 있다.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