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경복궁 정문 광화문(光化門) 현판이 검정 바탕에 금색 글씨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광화문 현판은 2010년 복원 당시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제작했으나, 색상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석조미술사를 전공한 김민규 씨(동국대 미술사학과 박사과정 수료)는 일본 와세다대에 있는 ‘경복궁 영건일기(營建日記)’를 분석, 광화문 현판 색상이 검정 바탕에 금색 글자임을 뜻하는 ‘묵질금자(黑質金字)’라는 기록을 찾았다고 27일 밝혔다.
경복궁 영건일기는 1865년 4월부터 1868년 7월까지 궁궐 조성 과정을 소상하게 적은 기록물로, 와세다대에만 9책 9권으로 이뤄진 완질이 있다고 알려졌다. 서울대도서관에는 1865년 6∼9월에 해당하는 권2 한 책만 보관중이다.
김씨는 국립고궁박물관이 발간하는 학술지 ‘고궁문화’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 ‘경복궁 영건일기와 경복궁의 여러 상징 연구’에서 “화재에 취약한 목조건축 특성상 경복궁에는 불을 제압하는 제화(制火)의 상징이 곳곳에 있다”며 “영건일기에 기록된 현판 제양을 보면 광화문, 근정전, 경회루, 교태전, 강녕전, 근정문, 건춘문, 신무문은 바탕이 모두 검은색”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영건일기는 교태전과 강녕전 현판을 ‘묵질금자’로 단청했다면서 “각 전당은 모두 흑질(黑質, 검은 바탕)로 했으며, 불을 제압하는 이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어 “글씨가 금색인 현판은 제작 방법이 두 가지로 나뉜다”며 “광화문과 근정전의 현판은 동판(銅板)을 글씨 모양으로 자른 뒤에 금을 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일제강점기 유리건판 사진을 보면 근정전 현판 글자가 금색이 아닌 검은색에 가까운데, 이는 광화문도 비슷하다”며 “도금한 금이 벗겨지고, 동이 부식돼 검푸르게 보였다고 짐작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씨는 최근 개방된 경복궁 서문인 영추문 현판은 흰색 바탕에 검정 글씨인 ‘백질묵서’(白質墨書), 동문인 건춘문 현판은 검정 바탕에 녹색 글씨인 ‘목본록서’(木本綠書)라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영추문과 건춘문 현판은 검정 바탕에 흰색 글씨인데, 건춘문 글씨가 녹색이라는 기록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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