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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유치원 3법 연내 처리 불발로 입증된 정치력 부재
사립 유치원 비리를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이 결국 내년으로 미뤄지고 말았다. 국회는 27일 올해 마지막 본회의를 열었으나 이른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처리에 실패한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 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지만 당분간은 처리가 쉽지 않을 듯하다. 패스트트랙에 올랐다 하더라도 국회 최종 통과까지 길게는 330일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 회계 투명성 확보 방안이 1년 가까이 미뤄진다면 자칫 논의 자체가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도 크다. 그럴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들 몫이다.

유치원 3법 처리가 불발된 건 두 말 할 것 없이 여야의 정치력 부재 탓이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불거진 게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자 여야가 비리를 근절할 방안을 마련한다며 협상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넘었는데도 의견 차를 한 치도 좁히지 못했으니 정치력이 턱없이 빈곤하다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여야가 첨예한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얼핏 결이 달라 복잡해 보인다. 사립유치원은 정부의 지원금과 학부모가 부담하는 원비로 운영되는 데 민주당은 이 두 가지를 일원화해 관리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 목적 외에 사용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 벌금’으로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게 발의안 요지다. 반면 한국당은 지원금과 원비를 별도 회계로 관리하고 부정사용시 유치원 폐원이나 원아 감축 등 행정 제재를 가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본질은 비교적 간결하다. 유치원 운영에 국가 개입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로 압축될 수 있다. 민주당은 적극적인 개입을, 한국당은 그 수준을 낮추자는 쪽이다. 그렇다면 비리는 엄단하되 사립 유치원 운영자도 투자자이고 근로자인 만큼 적정한 보상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길을 틔어주면 될 일이다. 최소한의 국가 개입조차 못마땅하다면 ‘국가 인수’ 등의 방식으로 퇴로를 열어주면 된다. 정략적 의도만 배제하고 머리를 맞대면 얼마든지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사안이란 얘기다.

사립유치원 개혁을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다. 국공립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지만 학령 전 유아 교육의 주축은 여전히 사립 유치원이다. 비록 연내 입법 처리는 실패했지만 여야 협상은 계속돼야 한다. 새해 첫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이제라도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패스트트랙에 올려놓았다고 1년을 손놓고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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