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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위계층일수록 신뢰 무시’…교차로에 선 당신, 페라리는 일단 피하라

#. 사거리 교차로에 선 당신은 길을 건너려는 참이다. 귀여운 폭스바겐 비틀 자동차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면 과감하게 길을 건너라. 그러나 페라리라면 일단 멈추는 게 좋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샌프란시스코의 복잡한 사거리에 자동차가 접근할 때 보행자와 자동차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계층 피라미드의 맨 아래에 있는 운전자들은 모두 보행자가 길을 건너도록 차량을 멈춰 세운 반면, 중간 계층 운전자들의 30%는 법규를 어기고 보행자를 지나쳐 가 버렸다. 사회경제적 지위의 맨 위를 차지한 운전자들은 무려 절반이 법규를 어겼다.

연구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뢰성과 계층간 연구를 심화시켰다. 다양한 계층의 피실험자들이 참여한 컴퓨터 도박게임 실험을 진행했다.

게임은 피실험자들이 컴퓨터로 주사위를 5번 굴리고 그 합계를 실험자에게 보고해 더 높은 숫자를 얻을수록 더 많은 상금을 받게 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계층이 높을수록 자신의 점수를 더 많이 부풀렸고 더 많은 상금을 받아갔다.

더 놀라운 건 이들이 이런 부정을 스스로 의식적으로 했다는 사실이다. 상위계층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면 신뢰를 무시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유명한 심리실험실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데스테노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신뢰의 법칙’(웅진지식하우스)에서 사회적 계층이 높은 구성원들의 신뢰성이 낮은 이유는 지금 당장 처분할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인데, 이들은 하위 계층 구성원들과 달리 혼자서 충분히 자원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남을 더 쉽게 믿는 경향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그러나 하위 계층 사람이 계층 상승을 하면 마찬가지로 이기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필요성이 변화하면 신뢰성이 변화한다.’

데스테노 교수는 “개인의 신뢰성을 결정하는 것은 성장한 계층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그가 지금 차지하고 있는 상대적지위”라고 설명한다.

권력도 같은 속성을 같는데, 권력이 부패하고, ’내로남불‘이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유형의 권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 소득이나 교육 등의 차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세상을 이기적인 렌즈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권력의 효과를 실험실에서 구현한 컬럼비아 비즈니스스쿨 애덤 갤린스키는 역할극을 통해 ‘권력효과’를 입증했다. 순간적으로나마 권력자의 지위에 앉았던 사람은 규범 위반의 주체가 자신인 경우에는 보다 관대했고 다른 사람에게는 엄격했다.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권력은 위선, 즉 신뢰성을 저버리는 행동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지은이의 분석이다.

신뢰라는 도덕적 문제를 과학의 눈으로 들여다본 책으로, 심리학에서 경영학, 생리학, 로봇공학 등 다양한 학문의 최신 연구결과를 종횡하며 신뢰가 삶의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무엇이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지 실체를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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