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정한결의 콘텐츠 저장소] 피아니스트의 선율이 흐르면 MoMA 즉흥 춤이 시작된다 스티브 팩스톤의 ‘접촉즉흥’
 
뉴욕하면 브로드웨이 공연도 있지만 세계적인 공연의 중심도시인 만큼 관객을 유혹하는 공연들이 즐비해 있다. 극장이나 스튜디오, 박물관, 갤러리 등 여러 공간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공연들은 뉴욕이 살아있는 공연문화의 메카임을 증명한다. 지난 9월에 이어 다시 방문한 뉴욕, 도착하자마자 본 공연은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ㆍ이하 MoMA)에서 한 스티브 팩스톤의 무용공연이다.

이 공연은 저드슨 댄스시어터의 지난 혁명적인 업적을 되새기고자 기획된 ‘Judson Dance Theater: The Work Is Never Done’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공연으로, 12월 9일 부터 15일까지 일주일 동안 이루어졌다. MoMA에서는 일찍이 무용을 포함한 퍼포먼스 아트에 관심을 가지고, 역사적으로 의미 있고 실험적인 공연과 자료를 한데 모아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의 혁신과 새로운 변화를 꾀하며 극장에서만 보여주었던 공연물과 그와 관련된 아카이브를 함께 보관하고, 이를 서로 접목해 전시ㆍ공연하고 있는 것이다.

MoMA의 로비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공연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공간이 보인다. 그곳에서는 흘러간 무용 또는 퍼포먼스 영상을 상영하거나 직접 재현하기도 한다. 이번 스티브 팩스톤의 작품은 미국 무용단인 ‘스티븐 페트로니오 무용단’이 재현했다. 그들은 스티브 팩스톤의  'Jag Vill Grna Telefonera'(1964)에서 발췌한 부분을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맞춰 즉흥적으로 움직였다. 스티브 팩스톤은 미국 포스트모던댄스의 기원을 연 저드슨 댄스시어터의 맴버 중 한명으로, ‘접촉즉흥’을 발전시킨 안무가다. 국내 현대무용에도 크게 영향을 준 접촉즉흥은 ‘즉흥’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사용, 주제에 따른 감정이 표출되도록 안무를 완벽하게 구성하여 무대에 오르는 여타 무용공연의 형식과는 전혀 다른 구조다. 

스티븐 페트로니오 무용단 인스타그램 [@stephenpetroniocompany·@robertaltmanphotography]

공연은 솔로, 듀엣, 군무의 다양한 구성을 보여준다. 특히 대부분 듀엣으로 진행되는 접촉즉흥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구르고 매달리며 즉흥적으로 동작을 만든다. 자신의 체중을 상대방에게 의존하고 지탱하며 서로 조화롭게 움직이는데, 되도록 손을 사용하지 않은 채 ‘접촉’과 ‘균형’을 만든다. 접촉즉흥은 대부분의 무용과 달리, 균형을 지지받고 있는 신체부위가 상대방과 항상 접촉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무용수들은 흐르는 선율의 한 순간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면서 ‘균형’과 ‘불균형’, ‘상승’과 ‘하강’, ‘체중의 이동’을 보여줬다.

솔로나 군무의 경우에 무용수들은 무용의 기교적인 동작들을 피하고 있었다. 솔로를 하는 무용수들은 무대에 등장할 때 손에 흰 물감을 찍어 자신의 얼굴에 바른다. 양 쪽 눈가를 중심으로 그려진 새하얀 물감이 얼굴을 반만 가려, 마치 반 가면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다리를 뻗을 때에는 발레처럼 무릎과 발을 완전히 직선으로 쭉 뻗기 보다는 다리의 힘을 적당히 풀어 곡선의 형태를 취했다. 그리고 동작을 전환할 때 곡선 움직임의 힘을 받아 회오리 같은 회전도 보여줬다. 꽤나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이지만 공연을 하는 무용수들은 초연함을 잃지 않고 감정적으로 중립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스티브 팩스톤의 접촉즉흥을 감상 할 때, 무용수들이 함께 움직이며 놀이하듯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이나, 움직임의 훈련 혹은 하나의 동작실험을 보듯이 감상할 수 있다. 평등주의와 공동체적 조화에 관한 사회·문화적인 실험과 연결되어 있는 스티브 팩스톤의 춤은 무용사의 사조를 넘어 포스트모던의 성격을 반영하는 세계적이고 혁신적인 무용형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