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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나는 기업인이다…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은 한국 경제사(史)에 한 획(?)을 그은 날이기도 하다.

경제학이론은 아니지만 중요한 경제용어 하나에 대해 용도폐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낙수효과는 오래전에 끝났다”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과 함께 ‘낙수효과는 끝났다’는데 기반한 경제정책을 펴왔고, 이날 공식 선언한 셈이다. 대통령의 언급으로 논란이 가열된 낙수(落水)효과란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 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도 늘어나는 효과를 말한다.

물방울이 떨어지거나 흘러내려 아래를 적신다는 의미다.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경제철학에 기반함은 물론이다. 이같은 낙수 효과가 한국 경제에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

대기업에 부가 집중돼왔지만 투자와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고 막대한 사내유보로 쌓이고, 이로 인해 양극화가 심해짐이 일부 통계로 확인된다.

문제는 그 반대인 분수효과가 제대로 작동할지다. 분수효과는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총수요를 진작하고 경기 활성화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고소득층의 소득도 높이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핵심이론은 한계소비성향이다. 가처분소득, 즉 세금을 제외한 실소득을 같은 금액만큼 높여 줄 경우, 소비 증가 정도가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수중에 1만원이 생기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바로 써버리지만 고소득층은 나중을 위해 일부만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기반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분수효과에 근거한 경제정책을 펴왔다. 낙수효과는 끝났다는 한국 경제가 과연 분수효과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당장 가계의 소득은 상당 부분 부동산과 교육비에 묶여 있다. 작년말 들른 서울 통의동의 한 한정식 집 주인은 이렇게 푸념했다.

“예년 이맘때면 1월 평일 저녁 예약이 꽉 찼는데, 달랑 2건 밖에 들어온게 없어요. 요즘 청와대 직원들조차 회식을 안해요.”

근로시간단축에 청탁금지법,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와 바뀐 외식문화가 한꺼번에 맞물린 결과다. 소득이 조금 는다고 해서 소비진작이 되지 않는데는 심플한 이유들이 있는 셈이다.

미세먼지가 창궐하던 지난 주말에도 외부활동을 자제한 채 집에서 다음 해외여행은 어디로 갈건지 검색한다. 겨우 인구 5000만명이 조금 넘는, 그렇다고 하루 네끼 식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로 내수진작을 해보겠다는 것은 사실상 언 발에 오줌누기다.

당연히 기업인들로서는 경영여건이 이렇게 복잡한 적이 없다. 경제기조는 바꾸지 않겠다고 하면서 새해들어 부쩍 만나자는 요청은 많다.

대기업을 위하는 정책은 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인데도 일단 만나자는 요청이다. 그래서 기업인들은 마치 자라목 꼴이다. 뭔가 있나 싶어 잠시 고개를 내밀다가도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 바로 집어넣는다. 행여 모가지가 댕강 잘려나가지나 않을까 최대한 움츠린다.

낙수효과의 사전적 정의에 이번에 종식을 선언한 문 대통령의 언급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에 대한 이같은 진단이 맞는지는 적어도 연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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