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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체육계 미투, 내부 혁신으로 못된 관행 뿌리뽑아야
체육계의 미투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심석희 선수에 이어 이번에는 유도계에서 사건이 불거졌다. 유도선수였던 신 모씨가 고교 1학년때부터 4년동안 코치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언론을 통해 고백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심 선수나 신씨는 자신의 인생을 거는 비장한 각오로 폭로에 임했다. 그런데도 정작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조사는 마냥 뒷전이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과 관련 경기단체와 문화체육부, 대한체육회 등의 안이한 처리가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들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신씨의 폭로 내용을 보면 성폭행 피해자들이 겪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대략이나마 알만하다. 당초 신씨는 여느 피해자처럼 이 일이 알려질까 두려워 묻어두려고 했다고 한다. 자신의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산부인과 진료를 받게하는 등 수모를 당했지만 그래도 참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초 가해자가 다시 “없었던 일로 해 달라”며 돈으로 회유하자 고소를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신씨는 이 사건을 고소하면 사법처리 과정을 통해 가해자가 상응하는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데 그건 오산이었다. 수치스럽고 부끄러울수도 있는 증거들을 다 제출했는데도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서울 방배경찰서에서 전북 익산경찰서로, 전주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은 돌고 돌았다. “연인이었다”는 가해자 주장에 법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무엇보다 유도계 인사들이 피해 사실을 알고도 증언에 나서지 않은 탓이 컸다. 그러다 신씨가 실명 폭로를 하고 사건이 공론화되자 대한유도회가 가해자 징계 입장을 내놓았다. 신씨가 기댈 언덕은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심 선수 피해와 관련한 빙상계 처신도 문제 투성이다. 대한빙상연맹은 14일에야 심 선수를 폭행하고 파렴치한 짓을 한 조재범 전 코치에 대한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나선 인상이 짙다. 체육계의 고질적인 성 비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것은 학연과 지연 등 파벌로 얽혀 있는 경기단체들이 과감히 나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부가 이런 저런 대책을 쏟아내도 공허하게 들리는 것이다.

선수 선발의 공정성 확보, 성적 지상주의 타파 등 체육계 내부의 혁신없이는 지도자들의 못된 관행을 뿌리 뽑기는 요원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체육계 폭력과 성폭력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 엄벌하라고 지시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보다는 체육계 근본적인 문제 개선이 더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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