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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일자리 안정 자금 파행 집행 고강도 감사 불가피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업부를 담당했던 근로복지공단 심사원들이 폭로한 파행 집행 실태는 과연 사실일까 의문이 들 정도다. 세금을 퍼주는 일이었으니 망정이지 징수하는 업무에서 벌어졌다면 폭동이 일어나고도 남을 일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애초부터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 현실성이 떨어졌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4대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선한 정책도 펴고 4대보험 가입자도 늘리는 양수겸장의 방안이라고 생각했을테지만 현실은 달랐다. 영세 사업주의 입장에선 13만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아봐야 보험료로 다 나가버린다. 게다가 언제 지원이 중단될지도 모른다. 온전히 고용에 따른 부담만 남는다. 이러니 지원이 저조할 수 밖에 없고 실적을 높이려 온갖 편법이 동원된 것이다.

일자리 안정 자금의 집행률은 지난해 11월까지 60%정도에 그쳤다. 연말 가서야 85%로 뛰었지만 3조원 가까운 예산중 4500억원이 남았다. 이마저도 집행 실적을 높이려 심사원들이 하루 100통 가까운 독려 전화를 돌리고 1년 내내 온갖 규정을 완화한 결과다. 지원 대상이 당초 5인 이상 사업장에서 10인 이상, 심지어 30인 이상까지 확대됐다. 그러고도 모자라 이미 퇴사한 직원이나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는 사업주의 직계 존ㆍ비속에게도 지급됐다. 사업주가 지원하지도 않았는데 자격이 된다싶으면 무작정 지원금을 보내고 싫으면 서면으로 거부하라는 일도 있었다.

올해도 2조8000억원 넘는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이 집행된다. 지난해와 같아서는 안된다. 국민의 혈세를 이토록 허비했는데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감사원이 즉시 감사에 착수해야 하는 이유다. 지원을 독려한 심사원들은 죄가 없다. 그들을 혈세 낭비의 길로 몰아간 정책 입안자들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정책의 수정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현실을 무시한 최저임금 과속인상의 산물이다. 거기서부터 잘못됐다. 이 정책의 설계자들은 식당, 편의점 주인이나 대기업 오너나 사장이라 불리면 모두 돈이 많거나 잘 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부자들의 주머니에서 조금 덜어내 가난한 근로자들에게 나눠주면 분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근근이 모은 돈에 집까지 저당 잡혀 장사나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나 공장을 접자니 아깝고 돌리자니 돈 안되는 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의 과속인상은 인건비 폭탄이다. 이미 터졌지만 후폭풍은 막아야 한다. 현실에 맞는 차등적용만이 방파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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