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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정준희 국회의장실 통일특별보좌관]북핵 협상, 기존 사고의 틀을 깨자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간 협상을 보노라면 이솝우화의 여우와 두루미의 식사초대가 떠오른다. 함께 식사하는 것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일방통행식 접대…. 우화에서는 서로가 잘못을 깨닫고 화해한다지만, 현실도 그런가. 북한의 선제조치라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동창리 시설 일부 철거와 관련해 북한은 진심을 몰라준다고 섭섭해 하는데 과연 북한 비핵화의 본질과 가까운 것인가. 전체 핵 리스트를 내놓으라는 미국은? 과거 북미회담의 경험에 비춰볼 때 진정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정상간 만남 이후 북한과 미국은 자기 방식대로 상황을 진전시키려고 했다. 비핵화 개념과 목표, 방법 등 핵심사항들이 확연이 달랐다. 북한은 쌍방간 관계개선을 우선하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비핵화로 가자는 반면, 미국은 비핵화를 실현한 후에 제재해제와 폭넓은 관계개선으로 가고자 한다. 반년 동안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이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

지난 25년간 북한과 미국은 북핵 문제에 관한 몇차례 주요 합의를 이루었다. 1994년의 제네바기본합의, 2005년의 9ㆍ19 공동선언과 이행을 위한 2007년의 2ㆍ13합의 등 많은 곡절 끝에 이뤄낸 합의서에 환호하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는 지금 ‘사실상 핵 보유국 북한’을 마주하게 됐다.

이 합의들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행의 강제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상황악화를 방지하는 미봉적 수준에 그쳤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이 합의들을 관통하는 사고의 바탕에는 ‘단계적 동시이행’이라는 접근방법이 있다. 벼랑 끝에 선 북한의 살라미 전술을 넘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법은 검증과 신뢰의 문제에 부닥쳐 좌초하고 말았다.

지금의 북미 핵협상 기저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 등에서 계속 ‘선제조치와 미국의 상응한 조치’를 강조하고, 미국도 폼페이오 장관 등이 여러 단계를 언급하고 있다. 중국의 쌍중단·쌍궤병행까지 가세해 ‘단계적 동시이행조치’는 더욱 힘 받는 상황이다. 그러나 구체화 합의, 또 이행을 위한 합의 등은 신뢰 문제로 끝없이 논란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핵보유국’ 기간은 길어지고 제재로 인한 북한주민들의 고통도 해소되지 않는다. 결국 ‘검증’이라는 진실의 순간을 넘어설 비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되면서 스몰딜, 빅딜 얘기가 나오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체한다. 세간에 유행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북핵 협상에 적용할 수 없을까.

미국의 북핵 해결 원칙인 CVID, FFVD는 과학적 접근을 연상케 하지만 실상은 정치적 문제일 수 있다. 단계적 접근법에서 벗어나 미국이 결단하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시킬 방안을 찾는다면, 북한 비핵화의 길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북한 비핵화 이후 한반도의 국제정치적 위상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중 패권경쟁 상황과 일본의 초조함에 대해 우리의 생존전략은 무엇인지 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속국’이라는 말을 듣는 처지로 떨어지지 않을 비상한 대전략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미국은 결단해야 하고, 우리는 적절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준희 국회의장실 통일특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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