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범모(68ㆍ사진) 동국대 석좌교수가 국립현대미술관 새 수장에 올랐다. 바르토메우 마리 전 관장이 퇴임한지 한 달 여 만이다. 1일 오후 임명장을 받은 윤 관장은 앞으로 3년간 국립현대미술관을 이끌게 된다.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2006년 시행된 이래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시 역량평가 탈락 후보자에게 재평가 기회를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체부와 미술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6일 미술관장 선임을 위해 최종후보자 3인에 대한 역량평가가 치러졌다. 이 평가에선 1명 후보만이 통과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이때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윤 내정자를 비롯한 2명 후보자에 대해 지난 1월 중순 역량평가 재평가를 시행했고, 이들 모두 기준점수 이상을 받아 통과했다. 

고위공무원단 인사규정에 따르면 고위공무원이 되기 위해선 역량평가를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낙제한 경우 원칙적으로 재평가가 가능하다. 개방형 또는 별정직 공무원은 1회에 한해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미 통과한 후보자가 있는데도 재평가를 강행했다는 점, 이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시 역량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후보자가 있었음에도 당시엔 재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불공정성이 제기된다. 

“떨어진 사람 재시험 할거면 역량평가를 왜 하느냐”, “특정 후보자를 붙이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적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민예총 출신 장관에 민미협 출신 미술관장"이라고 꼬집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후보들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준다는 차원에서 결정한 것일 뿐, 정치적 결정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신임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동국대 미술학과 학사, 사학과 석사, 미술사학과 박사 졸업했고, 1995년 광주비엔날레 창립 특별전 기획자, 2014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전시감독을 맡았다. 이후 경주엑스포 전시 총감독,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 등을 지냈다. 미술관 경험은 전무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 과천관, 덕수궁관과 지난해 12월 문을 연 미술품수장보존센터등 4개 미술관을 거느린 국내 최대 규모 미술기관이다. 올해 예산은 632억원이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