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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끝 공인중개사②]온ㆍ오프라인서 동반 위협…거래절벽ㆍ경쟁격화 ‘폐업’ 속출
폐업자>개업자수 지난해 11월 역전
출혈경쟁ㆍ광고비ㆍ업역 붕괴
논란 격화, “지원책 필요” vs “수수료 비싸”

찾아오는 고객이 없어 한산한 서울의 한 공인중개밀집지역.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한 채 중개에 1년 연봉’, ‘노후보장, ‘재취업용’

한때 남녀노소 연령을 불문하고 안정적으로 오래 할 수 있다고 해 ‘꿈의 직업’처럼 여겨졌던 공인중개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월 단위 공인중개사 폐업자 수가 개업자 수를 넘어섰다. 업황 부진에 따른 먹거리 감소, 경쟁 격화, 추가 비용 등으로 살길을 모색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태다.

8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달간 전국에서 개업ㆍ폐업한 공인중개사 수는 각각 1343명, 1420명으로 집계됐다. 12월에는 개업 1639명, 폐업 1808명으로 그 격차가 더욱 뚜렷해졌다. 문 닫는 중개업소가 개업하는 곳의 숫자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거래가 끊기자 개업자와 폐업자 수 간 격차가 좁혀지고 결국 역전이 나타난 것이다. 다만, 지난해 전체로 보면 개업자 수가 1만9587명으로 폐업자 수 1만6197명보다 많았다.

▶“부동산 포털, 직방, 다방 등에 출혈 광고”= 남은 중개업자 사이에서는 살기 위한 출혈 경쟁도 계속되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은 포털을 비롯해 ‘직방’, ‘다방’ 등 부동산 거래 플랫폼에 매물을 내놓고 광고비를 지급한다. 노출 빈도를 높이려면 더 큰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는 곧 수익성 저하 요인이 되고 있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광고를 안 하면 다른 업체에 밀리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했다”며 “공인중개사협회는 여기에 대적할 ‘한방’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홍보 규모와 인지도에서 큰 차이가 나 경쟁이 쉽지 않다”고 했다.

공인중개사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매년 새로운 경쟁자가 배출된다는 점도 이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인원은 1만6885명이었다. 2016년, 2017년에는 그 수가 2만명 이상이었다.

▶변호사, 은행, 증권업계 등 간접 진출 늘어= 업역이 붕괴되는 현실도 공인중개사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소송전을 통해 변호사의 중개시장 진입은 막아냈지만, 변호사들이 별도로 세운 중개법인의 ‘최대 99만원’ 중개보수 정책은 영세 공인중개업자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이는 중개보수에 변호사의 법률자문비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현재 중개 수수료율이 거래금액에 따라 0.4~0.9%로 책정되는 것과는 비교된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달에 따른 직거래 시장도 확대하고 있다. 직거래의 장점은 저렴한 수수료다. 지난 2011년 직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부동산114의 경우 1만 건이 넘는 직거래 매물을 보유하고 있다. 안전성이 최대 약점이었던 만큼 임차인용 권리보험을 포함한 ‘안심직거래 서비스’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직거래 플랫폼인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에 따르면 지난해 전ㆍ월세 직거래 계약을 체결한 이들 중 530여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또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부동산 정보는 곳곳에 널렸다. 은행과 증권사에서도 부동산의 매입 타당성 분석, 매각가치 분석, 절세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하나금융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 92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3.7%는 유료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투자자의 관심도 유명지역 부동산에 대한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부동산 포트폴리오 재설계 쪽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파구 마련 안간힘= 공인중개사들은 대형화·전문화 등을 내걸고 있지만 생존전략 모색은 쉽지 않은 상태다. 저마다 안건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문을 두드리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개업 공인중개사라는 A씨는 “개인 수입이 전무한 현실이 갑갑하다”며 “정부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어지려면 적어도 1~2년은 현 상태가 유지될 텐데 그동안 소상공인은 버티기 어렵다. 지원책이 없느냐”고 했다. 또 다른 청원에는 “실무특성상 계약이 성사돼야만 보수를 받는다”라며 “집만 보고 계약을 안 하면 유지비만 나간다. 수수료 이외에 별도로 투어비용을 받게 해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광고비에 따른 수익 저하, 공인중개사 포화상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인천 서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한다는 C씨는 “부동산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국민이 제일 많이 보는 포털 사이트에 물건을 올려 광고하는 길뿐”이라며 “한 달에 100만~200만원은 지출해야 계약이 된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올라온 이 글에는 1216명이 동의했다. 또 “공인중개사 포화 상태를 막고자 중개보조원을 없애고 자격증ㆍ등록증 대여를 뿌리 뽑아달라”는 청원도 있었다.

▶“수수료 낮추고, 서비스 질 높여야”= 수수료 조정과 서비스 마인드 제고가 우선이라는 주장도 거센 상태다. 매물을 소개한 뒤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고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한 청원자는 “수수료 자체가 너무 비싸다“며 “적어도 서비스가 만족스럽거나 전문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에 따라 수수료를 달리한다는 소비자 불만도 높다. 현재는 중개 수수료율의 한도만 정해 놓고 소비자와 공인중개사가 협의를 통해 정한다. 하지만 협의과정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이들은 암묵적으로 최대 수수료율에 맞춰 중개보수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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