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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부동산 시장 건강해졌나
“정부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우려하곤 했다. 정부가 지원을 하더라도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켜 주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벤처기업 스타CEO 7명과 지난 7일 청와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운 부분을 들려달라”고 하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쏟아낸 쓴소리다.

같은 날, 본지는 부동산 전문가 20명이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을 평가한 내용을 기획기사로 게재했다. 전문가들이 매긴 점수는 평균 5.8점(10점 만점). 그런데 점수가 박했던 이유가 묘하게도 김택진 대표의 코멘트와 일치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시장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스스로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을 기다려주지 않고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 시장에 왜곡을 가져온 점이 아쉽다고 했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가격이 안정돼 있어도 시장이 안정돼 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현 정부 들어 10차례 넘게 발표된 부동산 대책이 시장의 자율조정기능을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 경제에서 부동산 시장은 경기 활성화의 촉매이자 경기 불황의 뇌관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경기 활성화의 불쏘시개로 쓰려다 아파트가격 폭등과 가계부채 폭증을 불렀다. 그 대척점에 선 문재인정부는 대출규제ㆍ세제 강화ㆍ공시가격 인상 등 전방위적 압박으로 부동산 경기를 급속냉각시키는 데 일단 성공했다. 이제는 차갑게 가라앉은 부동산 경기가 자칫 경기 불황의 뇌관을 건드리지 않을까 우려되는 지점에 이르렀다.

정부는 작금의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현장의 소리는 사뭇 다르다. 김택진 대표의 말을 빌리면 오히려 건강성 유지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특히 살아있는 생태계의 지표격인 거래가 아예 실종됐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토연구원과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시장 심리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책 ‘부동산은 끝났다’가 나온 2011년 7월 못지않게 얼어붙었다. ‘거래절벽’ 수렁에 빠진 중개업소ㆍ인테리어ㆍ이사업체 등 후방산업 종사자의 신음소리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 거래절벽 속에 가격하락 폭이 가팔라지게 되면 ‘깡통주택’ 속출→대출 부실화→금융시장 위기→실물경제 침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지금 주택시장은 사고 싶어도 대출이 안 나와 못 사고, 팔고 싶어도 세금이 무서워 못 파는 비정상적 상황이다. 보유세를 강화한만큼 양도세는 내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보유자의 퇴로를 열어야 거래에 숨통이 트인다.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이 심각한만큼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용도로는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소득은 많은데 자산은 적은 젊은 세대의 대출을 틀어막아 내집마련 진입을 어렵게 하는 역차별도 개선해야 한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 잡겠다며 조급증을 보이는 성격 급한 이들을 ‘샤워실의 바보’라고 불렀다. 문재인정부는 이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한꺼번에 바꿔 놓겠다며 온탕-냉탕 양 극단을 오가다 길을 잃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문호진 소비자경제섹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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