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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0년만에 밝혀진 경인선 설치의 비하인드 스토리
1888년 조선, 미국과 설치 논의…계약서 초안 등 검토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서기관 월남 이상재 유품 130년만에 공개
종손 이상구씨, ‘미국공사왕복수록’ 등 8건 국립고궁박물관 기증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서기관으로 재직 했던 월남 이상재 선생 [사진제공=문화재청]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우리(미국인회사)가 철로를 조선 경성 제물포 사이에 설치하는데, 무릇 해당 개설 도로 및 역사 건축 부지의 토지는 특별히 정부에서 면세를 허용할 일” (미국공사왕복수록 美國公使往復隨錄 )

1888년 10월 조선은 경인선 설치를 미국과 논의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계약서 초안과 조문까지 검토 중이었다. 고종 당시 미국 선교사이며 외교관이요 의사였던 호레스 알렌은 이 계약을 놓고 “초안이 매우 좋다. 정부는 한 푼도 내지 않지만 경성이 번화스럽기가 세계 각국과 서로 당일하게 된다”고 했다. 다만 미국인회사 측이 철도와 함께 제안했던 양수기와 가스등에 대해서는 “가스등은 촛불 가격과 비교해 조금 고액이니 조선이 수긍치 않을 것 같다. 철도와 양수기 두 사안은 가장 적절할 것 같았다”고 자신의 노트에 적었다.

경인선은 1896년 조선이 미국인 모스(J. R. Morse)에게 부설권을 허가했으나, 1897년 5월 이 권한을 일본측에 넘기면서 결국 일본이 1899년 9월 완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13일 처음 공개된 미국공사왕복수록은 이보다 앞선 시기에 다른 역사가 숨어 있었음을 알게 해준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독립운동가이자 주미공사관 서기관으로 활동한 이상재(1850∼1927) 선생의 종손인 이상구(74) 씨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보관해 온 ‘미국공사왕복수록’, ‘미국서간’ 등 옛 문헌과 사진 8건을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문헌자료 5점과 사진자료 3점으로, 이상재 선생이 주미공사관 서기관으로 임명돼, 미국에서 주미공사관 개설 업무를 했던 1888년 1월~11월 이 시기에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공사왕복수록 중 미국철도계약초안(미국인약초) [사진제공=문화재청]

공개자료 중 ‘미국공사왕복수록’과 ‘미국서간’은 그간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최초의 자료다. 미국공사왕복수록은 공관원의 업무편람격으로 1883년 미국 아더 대통령이 초대 주한공사 푸트를 조선에 파견하며 고종에 전달한 외교문서, 박정양 당시 주미공사관 공사가 미국정부 또는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각종 문서가 포함됐다.

특히, 당시 조미 간 현안사업 중 뉴욕 법관 등이 ‘조선기계회사’를 설립해 철로, 양수기, 가스 설치 등 3건을 추진하기 위해 제안한 규칙과 약정서 초안도 수록돼 주목할만 하다.

‘미국서간’ 은 이상재 선생이 1887년 8월부터 1889년 1월까지 작성했던 편지 38통을 수록한 편지모음이다. 주된 내용은 부모의 안부를 묻거나 집안 대소사를 논하는 등 개인적인 것이지만, 주미공사관 운영 상황, 미국에 주재하는 동안 활동하거나 견문한 사항 혹은 느낀 점 등을 부분적으로 기록해 두어 당시 공사관의 실상, 그의 활동상과 미국관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문화재청은 “당시 미국과 협상 중이던 중요 현안업무와 공사관의 운영, 공관원들의 활동상 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존 유일의 외교자료”라고 평가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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