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소년·노끈장수·인쇄공…보통사람들의 3·1운동 ‘만세 이야기’

보성사는 보성고등보통학교에 딸린 작은 인쇄소다. 보성사 직원 인종익은 1919년 2월27일 이곳에서 인쇄한 독립선언서 수 천매를 품고 이리, 전주 등을 거쳐 청주에 배포하려다 검거됐다. 천도교도인 그는 갖은 고문에도 사라진 독립선언서 1200매의 행방을 숨기고 법정투쟁을 이어갔다.

그는 치안방해, 선동이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선의 독립을 주장한 건 정당하다는 주장을 펴나갔다. 이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알아주길 원해서 한 일이 아니었다. 3월2일 체포돼 1년5개월23일 만기 출소한 그의 기록은 여기서 끝나고 이후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조한성 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1운동기에 작성된 검·경찰심문조서와 예심심문조서, 공판시말서 등의 기록을 바탕으로 3.1만세운동에 참여한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3.1운동이라는 거대한 서사 뒤에 가려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기에는 독립선언서를 민가에 배포하고 만세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징역1년을 선고받은 열아홉살 배재고보 2학년 김동혁군을 비롯, 이화학당 2학년 유점선, 지하신문 ‘각성호회보’를 만든 노끈장수 김호준, 아비를 따라 깃발을 들고 만세를 부르며 행진한 열살 아이들 등 무수한 만세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들 이야기는 심문조서와 공판시말서 등에 바탕한 것으로, 그동안 이들 자료는 3.1운동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았다. 숨기려는 피의자와 하지 않은 것도 만들려는 공안 당국의 입장때문에 거짓내용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다른 기록에선 찾아보기 힘든 풍부한 이야기에 주목했다. 자료를 바탕으로 여타 사료와 기존의 역사연구에 비춰 거짓을 걸러내고 상상력으로 빈틈을 메워 평범한 사람들의 만세이야기를 완성해냈다.

책에 수록된 법정 증언에는 “왜 독립운동을 했냐”는 질문이 수없이 등장하지만 답은 하나였다. “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기록이다. 3.1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명쾌히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