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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 포기한 도심호텔 부지 “차라리 주차장으로…”
관광객 감소세 수년째 지속
호텔, 해마다 10% ‘포화상태’
관광숙박시설 용도 잇단 폐기
주차장 환원·청년임대주택 전환



서울 종로구 321-19번지 일대 11개 필지, 전체 면적 1318.9㎡의 제법 넓은 이 부지는 현재 주차장으로 쓰인다. 청계천변에 위치하며 인근 동대문시장, 광장시장, 헌책방거리 등 관광지가 가까워 토지 소유주 6명은 당초 관광호텔을 짓겠다며 서울시로부터 관광숙박시설 용도로 허가받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나서도 사업을 시행 하지 못했다. 업황이 꺾였다고 판단해 사업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일부 토지주가 호텔 추진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대상지의 상한용적률을 ‘1060% 이하’에서 종전 대로 ‘800% 이하’로 환원 조치하고, 향후 숙박위락시설을 불허하는 내용으로 ‘도시관리계획(종로4ㆍ5가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을 시보를 통해 공고했다.

관광숙박시설 지정용도를 받은 뒤 3년 이내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하면 지정용도가 폐지된다.

시는 대상지가 장기간 나대지 상태로 방치된 점을 고려해 문화ㆍ집회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개발될 수 있게, 1획지를 2획지로 분할했다.

이런 사례는 더 있다. 지난해 9월 말 종로구 관수동 155-1번지 일대 역시 토지주가 시로부터 관광숙박시설 용도로 허가받았다가 사업 추진을 하지 못해 도로 환원 조치됐다. 시는 자유로운 개발이 가능하도록 획지를 공동개발과 단독개발로 나누는 내용으로 종로2ㆍ3가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15일 “관수동 부지는 학원 소유 땅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주차장으로 쓰인다”며 “아무래도 호텔업이 예전만 못해서 아니겠냐”고 했다.

실제 대상지는 바로 옆에 호텔더디자이너스를 비롯해 주변에 다수 호텔들로 둘러싸여 있다.

중국 사드 보복 조치 여파가 몇년째 지속되면서 서울 호텔의 휴폐업, 업종전환, 용도변경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운영하던 종로구 숭인동 베니키아 프리미어 동대문호텔(숭인동 207-32)은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탈바꿈한다. 지하3층~지상18층의 꽤 규모있는 시설인데 시와 협의해 관광숙박시설 용도 폐지와 일부 내부시설을 변경하고, 260가구의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한다. 건물주는 토지지분의 12%를 시에 행복주택 공급용으로 기부채납하며, 나머지 주택에 대해선 준공공 임대주택으로 8년간 운영한다. 시에 기부채납 분을 내야 하지만, 숙박업 보다 주택 임대수입이 낫다고 본 것이다.

시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전환을 검토하는 호텔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미 도심 호텔은 포화 상태다. 몇년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자 호기를 노린 건물주들이 너도나도 숙박시설로 용도를 전환했지만, 단체관광객 위주로 수요가 꺾이면서 수급의 균형이 깨졌다. 시의 호텔 등록 현황을 보면 2016년 348곳(객실 수 4만6947실), 2017년 399곳(5만3454실), 2018년 440곳(5만8248실) 등 연 10% 이상 씩 공급이 늘었다. 지난해에만 해도 14곳이 폐업했지만, 신규로 55곳이 늘어 41곳이 순증했다. 아직 시설을 짓지 않고 사업 승인만 받은 곳도 2017년 180곳, 2018년 106곳 등 300곳에 육박한다. 기존에 승인받은 곳들이 호텔을 짓지 않으면, 지구단위 계획 상 용도를 환원 조치해야한다.

시는 얼마 전 역세권에 있는 호텔ㆍ오피스 빌딩도 임대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해, ‘출구’를 마련해 줬다.

정오섭 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객실점유율 80~85%가 손익분기점인데, 50~60%로 떨어져 적자 상태인 곳이 수두룩 하다”며 “가성비를 따지는 젊은 층이 게스트하우스, 민박 등 대체숙박업소로 빠지는 등 숙박업간 생존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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