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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금융위, 제3인터넷은행 ‘혁신·흥행’ 조급증 버려야
“이번에 새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하면 당분간은 신규인가가 상당히 제약적일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신청해주길 기대한다.”

지난 18일 전북 군산 서민금융 현장을 찾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말이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니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뜻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라이선스를 내어주는 정부가 발을 동동 구르는 것처럼 보이는 느낌이 영 마뜩잖다. 마치 TV 홈쇼핑에서 “마지막 방송”, “마감 임박” 등의 문구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모양새다.금융위가 제3인터넷전문은행 흥행에 조바심을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의 조급증은 최 위원장의 다른 발언에서도 읽힌다.

그는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의 가장 큰 목적을 “은행산업 경쟁과 금융혁신을 빨리 나타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목적은 ‘금융산업 발전을 통한 소비자 편익 증진’이다. ‘제3ㆍ4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은행산업 경쟁’→ ‘금융혁신’→‘소비자 편익 증진’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의도는 다 좋다. 문제는 ‘빨리’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조급증이다.

핀테크ㆍ인터넷전문은행 등은 그냥 라이선스를 내주고 출범시키는 게 최선이 아니다. 전체적인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애초 참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불참을 선언한 근원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까지 만들어 ICT부문 주력기업이라면 대기업집단도 최대주주(지분율 34%까지)가 될 수 있도록 은산분리를 완화했다.

기존 사업자인 케이뱅크(KT)나 카카오뱅크(카카오)와 맞붙을 만한 혁신성은 물론 규모도 갖춘 ICT중심 기업이 들어와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물론 이미 인터넷전문은행 도전 경험이 있는 인터파크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제3ㆍ4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금융혁신의 속도를 내려는 금융위의 계획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네이버와 인터파크가 밝힌 불참 사유는 표면적으로는 ‘기존 사업 집중’이지만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불투명한 시장상황도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 많다.

금융위는 혁신을 부르짖지만 은행업 자체가 규제산업이다보니 다방면에서 경직돼있는 측면도 불가피하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업대출이 불가(중소기업은 제외)하고, 비대면임에도 시중은행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아 주택담보대출도 쉽지 않다.

정부가 대출 억제를 위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지표를 도입한 것도 출범 초기인 인터넷전문은행들로서는 수익성에 악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시중은행들이 최근 모바일뱅킹을 비롯한 비대면 영업을 크게 강화해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차별성이 줄어든 것도 한몫한다.

금융위는 애초 유력했던 ICT 기업들이 가졌던 이같은 회의론을 진지하게 점검하고, 고민해 답을 내려야 할 때다.

19일 하나금융이 SKTㆍ키움증권과 컨소시엄을 꾸려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핀테크 혁신기업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ㆍ신한금융 컨소시엄의 참여 선언에 이은 두 번째 공식 참여 선언이다.

흥행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요건이 안되면 2곳 아닌 1곳만 신규인가 할 것”이란 원칙을 스스로 새기고 상기시켜야 한다.

혁신 성과에 대한 정부의 조급함이 정책에 느껴져선 안 된다. 앞으로 금융시장 상황 등 환경이 바뀌고 혁신기업이 사업성에 관심을 보이면, 그때 언제든 자발적으로 정부와 교감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라는 큰 덩치의 기존 은행권은 파트너가 있으면 언제든 들어올 수 있는 상수나 다름없다. 중요한 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ICT 혁신성이다.

당장 인터넷전문은행이 1곳 또는 2곳 더 빨리 들어온다고 혁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실과 출혈경쟁이라는 시한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배두헌 IB금융섹션 금융팀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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