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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체크리스트라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논란이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되는 모습이다. 그동안 언급을 자제하던 청와대가 “블랙리스트란 ‘먹칠’을 삼가 달라”며 적극 대응을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의 입장 변화는 검찰이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이 보고됐다는 진술을 확보하자 정권 차원의 의혹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은 “정권차원의 인사 전횡이며 그 정점은 청와대”라고 공세의 수위를 바짝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판(版) 블랙리스트’ 논란이 쉬 가라앉지 않을 모양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 대한 감사가 이뤄졌고, 전 정권이 임명한 일부 임원이 임기 전 사퇴했다는 게 검찰 수사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이러한 감사활동이 적법한 감독권행사라는 게 청와대와 여권의 주장이다. 청와대가 출입기자단 앞으로 보낸 자료에도 “관리 감독 차원에서 작성된 각종 문서는 통상 업무의 일환으로 진행한 체크리스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라는 먹칠을 삼가달라”고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신임 장관이 산하 기관 임원에 대한 평가와 관리감독을 하는 것은 적법한 인사와 관련된 감독권 행사”라며 거들었다. 환경부 문건은 블랙리스트가 아니고 합법적 체크리스트라는 청와대 입장과 맥이 같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그야말로 견강부회한 해석이며 ‘내로남불’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이 지난달 환경부를 압수수색해 감사실 컴퓨터에서 ‘산하기관 임원 조치 사항’이란 문건을 장관보고용 폴더에서 발견했다. 이 문건에는 사표 제출을 거부하는 임원은 업무추진비 등을 감사하고 그래도 사퇴를 하지 않으면 고발조치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야당의 표적감사 주장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정부의 블랙리스트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하지만 결국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를 찍어냈다는 점에서 그 본질은 같다. 죄의 무게에 다소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죄를 지었다는 사실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지난 정부의 적폐로 몰아붙이며 근절대책을 내놓았지만 최근 전수 조사 결과 수백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진 건 없었다는 얘기다. 도덕성을 앞세우는 문재인 정부이기에 그 흠은 더 커 보일 수밖에 없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엄중하게 보는 것은 현 정권이 청산하겠다는 지난 정권의 적폐가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국민들이 매의 눈으로 이번 파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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